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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Novel/웹소설 '라면금지령'

[PSI수사대] 라면금지령① 미래에서 온 남자

유리창에 부딪힌 빗줄기가
구불구불한 곡선을 그리며 흘러내리고 있었다. 

창가에 서서 비를 구경하던 풀군이 입맛을 다셨다.  

“반장님, 이렇게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면 뭐가 생각나십니까?” 
“글쎄요..., 우리가 우산을 안 들고 왔다는 거?”  

풀반장은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두 사람은 새로 맡은 사건의 자문을 구하기 위해
풀무원연구소를 방문한 참이었다. 


“에이~, 분위기 없게 왜 이러십니까? 
           거 왜 뜨끈한 국물에 후루룩 촵촵~ 있잖아요~?”
“라면이 최고죠.” 

조박사가 라면 세 그릇을 쟁반에 받쳐 들고 연구실로 들어서며 말했다. 
연구실이 순식간에 얼큰한 라면 냄새로 가득 찼다. 

“아, 조박사님! 웬 라면인가요?” 
“비 오는 날 오후에 얼큰한 ‘꽃게짬뽕’, 괜찮죠?” 

풀군이 반색을 하며 테이블로 다가왔다. 
어디서 구했는지 손에는 어느새 젓가락까지 들려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창문의 빗줄기가 꼭 라면처럼 보여 
           출출하던 참이었는데 잘됐네요.” 
“설마 아직도 ‘비만 바이러스’가 완치되지 않은 건 아니겠죠?” 
          [PSI수사대_비만바이러스 보러가기]

세 사람은 하하 웃으며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그런데 요즘 ‘꽃게짬뽕’ 라면이 그렇게 인기라면서요?”  
출시 5개월 만에 누적매출 100억 원을 
           돌파했던 저력이 있지 않겠습니까. 하하..” 
“매출엔 저도 크게 한몫 했을 겁니다.  
           밥으로 먹지, 간식으로 먹지, 야참으로 먹지,   
           술 마신 다음날 해장할 때도...”
“풀군, 라면 식겠어요.” 
“아, 넵.” 

풀반장이 젓가락으로 라면을 들어 올리자
한 김 식은 듯 보였던 라면 그릇에서 다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시야를 뿌옇게 가렸던 김이 이내 ‘훅’ 하고 흩어졌다. 

“거 풀군, 살살 좀 불어요. 남의 면까지 식혀 줄 필요는 없잖아요?”  

풀반장의 말에 풀군이 볼멘 소리로 투덜댔다.  

“반장님, 무슨 말씀이세요? 
           전 모름지기 라면은 입천장이 홀랑 까지도록 
           뜨겁게 먹어야 제 맛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요.”

그때 조박사의 젓가락에 걸려있던
면발이 휘익~하고 거세게 흔들렸다.   


“아니, 그럼 이건 어디서 부는 바람이죠?”  

면발을 휘날리게 만든 바람은 풀군의 입김이 아니었다. 

잉~~~~~

수사대가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바람의 강도는 점점 세지더니 어느새 강풍으로 바뀌어 
신문과 서류들을 하나둘 날리기 시작했다. 

유리로 만든 실험 기구들이 덜덜덜 떠는 소리를 내고  
바퀴의자들이 드르륵거리며 제멋대로 밀려다녔다. 

풀반장이 일어서며 외쳤다. 

“창문을 닫아요!! 얼른!!!” 
“반장님, 창문은 전부 닫혀 있어요!!”  

진원지를 알 수 없는 바람은 이제 돌풍 수준으로 치달아 
세 사람이 앉은 테이블마저 흔들릴 지경이었다. 

그 와중에도 기어코 라면을 입에 넣은 풀군의 입술에는 
미처 흡입 못한 라면 한 줄기가 남아 바람에 펄럭거렸다. 
라면 그릇을 두 손으로 꽉 쥐고 있던 풀군의 손등 위로 
뜨거운 라면 국물이 흘러넘쳤다. 

“앗, 뜨거워!!!” 

바로 그 때였다. 
풀반장이 허공을 가리키며 외쳤다. 

“저게 뭐지?”  

풀반장이 가리킨 연구실 안 한가운데쯤 허공에 
반투명한 원형의 물질이 일렁이며 떠오르고 있었다.   

! 

“조심하세요!”   

원형의 물질은 스파크를 일으키며 점점 커지기 시작했고  
그 스파크로 인한 것인지 누전이라도 된 듯 
주변의 전자장비들에서 불꽃이 튀었다.  

컴퓨터 모니터와 형광등도   
이상잡음을 일으키며 불규칙하게 깜빡댔다.   

순식간에 사람 키 만큼 거대해진 
투명하고 얇은 원형 막 너머로 
연구실 방안 반대편이 
일그러져 보이는가 싶더니.....다음 순간!   

앗!  

풀반장은 믿기 어렵다는 듯 거세게 눈을 비볐다. 

원형의 물질 너머로 방안 건너편이 아닌 
더 깊고 어둑한 다른 공간이 얼핏 보이는 듯 느껴졌다면 착각일까?
마치 연구실 한가운데의 허공에 구멍이 뚫리고 

전혀 다른 공간이 열린 것 같았다.      

“바....반장님, 저것 좀 보세요!!” 

풀군의 손가락은 원형의 구멍 앞에 희미하게 드러나기 시작한 
뭔가 알 수 없는 형체를 가리켰다.   

미간을 찌푸려 응시하던 세 사람의 눈에 충격의 빛이 떠올랐다. 
그것은 사람,
한쪽 무릎을 꿇고 땅에 주먹을 짚은 채 고개를 숙이고 앉아있는
남자였다. 

풀군이 숨넘어가는 소리로 빠르게 속삭였다. 

“터...터..터미네이터?!
           그래도 다행히 옷은.... 입고...있...”  

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듯 연구실 안의 세 사람, 
아니 네 사람은 정지 상태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남자의 몸에서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만이 시간의 흐름을 증명하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마네킹처럼 굳어 보이던 남자의 몸에 돌연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마치 유체이탈 했던 영혼이 몸속으로 돌아온 듯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이 옷 위로 느껴졌다. 

남자는 “후~~“ 하며 숨을 길게 한번 내뱉고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움직임을 따라 세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움직였다. 
남자는 몸을 펴더니 세 사람을 향해 돌아섰다. 
앉아있을 땐 잘 몰랐는데 상당히 위압적인 체구였다. 

남자는 말없이 연구실 안을 둘러보았다. 

눈빛이 보이지 않는 은빛 고글 선글라스 너머였지만 
낯선 곳에 처음 온 어린아이 같은 시선이 느껴졌다. 

그의 시선은 테이블 위 라면 그릇에서 멈췄다.  

“라면이라...제대로 찾아왔군.” 

남자가 세 사람을 향해 다가오려 하자 
풀군이 재빨리 한발 뒤로 물러서며 외쳤다.  

“뭐...뭐냐!! 사, 사람이면 정체를 밝히고 귀신이면 썩 물러가랏!!” 

남자가 정중한 말투로 말했다. 

“놀라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저는 2314년에서 온 X(엑스)라고 합니다.” 
“....2314년이라면...??!!!” 
“......정확히 300년 후군요.” 

순간 풀군이 자세를 무너뜨리며 “헉!!!”하고 외쳤다. 

“말도 안돼!!! 진짜 터미네이터가 있었다니!!!” 

풀군이 가까스로 정신을 수습하고 
속사포처럼 떠들어댔다.   

“잠깐, 그런데 여기는 왜 온 거죠?
           설마 미래의 지도자를 제거하기 위해? 
           그렇다면 그게 누구죠? 설마, 저... 저인가요? 오, 안돼!!”

풀군의 설레발을 풀반장이 다소 시큰둥한 목소리로 끊어버렸다.    

“풀군, 좀 침착하세요.
           설마 300년 후에도 본인이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흠흠, 그렇군요.”  

수사대가 아옹다옹하는 사이 
그나마 냉정을 되찾은 조박사가 나섰다. 

“그래, 미래에서 무슨 일로 여길 찾아온 겁니까?” 

X의 시선이 라면 그릇을 향하였다. 

“바로 저 라면 때문입니다....”  

어느새 조박사와 X의 대화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풀반장이 재빨리 되물었다. 

“라면 때문이라면?” 
“시간이 없으니 간단히 말씀드리죠. 
           지금으로부터 300년 후의 미래에는 라면이...........
           .............금지됩니다.“ 
“뭐라구요? 라면이 금지된다구요?” 
“라면이 금지된다, 라면.....”   

풀반장과 조박사가 방금 X가 말한 의미를 파악하려 애쓰고 있는데  
갑자기 X의 뒤편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으 아 아 아 아 악 ! ! ! ! 

아까부터 X가 나온 원형의 구멍 앞을 얼쩡대던 
풀군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구멍 안에 슬며시 손가락을 집어넣는 순간, 

일렁이던 구멍이 풀군을 흡사 빨아들이기라도 하듯 
집어삼키고 있었던 것!!!   

“풀군!!!” 

가장 가까운 곳에 서있었던 
풀반장이 반사적으로 몸을 던져 풀군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거인과 줄다리기라도 하듯 
엄청난 흡입력으로
순식간에 풀반장까지 구멍 안으로 함께 끌려 들어가는 게 아닌가!  


두 사람이 끌려들어가는 순간 
구멍의 크기는 삽시간에 줄어들기 시작했다. 

X의 눈에 낭패한 빛이 떠올랐다. 

그는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듯 구멍 안으로 몸을 던졌다. 

X가 사라짐과 동시에 구멍은 완전히 닫혀 온데 간데 흔적조차 남지 앉았다.  

.
.
.

유리창엔 여전히 빗물이 라면 줄기처럼 구불구불 흘러내리고 있었다. 
풀반장과 풀군, 그리고 X가 사라진 자리엔 식은 라면 세 그릇이 놓여있었다. 

혼자 남은 조박사가 폭풍 후 고요함과도 같은 정적을 깨고 중얼거렸다. 

“미래에 라면이 금지된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300년 후의 미래에서 
시공간의 웜홀을 타고 풀무원연구소에 갑자기 들이닥친  
미래에서 온 남자의 정체는?!  

웜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버린 
풀무원수사대(PSI; Pulmuone Special Investigation) 
풀반장과 풀군은 무사할 것인가? 

라면이 금지된 300년 후의 미래, 
그곳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PSI수사대~!  
시즌1 ‘오도의 비밀’
시즌2 ‘비만바이러스’

그 제작진이 다시 뭉쳐 준비한  
치밀하고 정교한 SF 블록버스터급의 대작!    

풀무원 블로그 풀사이의 
2014년 미스터리 타임슬립 웹소설~!   

풀무원수사대 시즌3 <라면금지령>~~~!! 

다음주부터 라면이 금지된 미래가 시작됩니다. 

본편사수, 입소문자유! 
격려댓글 폭풍환영! 

커밍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