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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Novel/웹소설 '비만바이러스'

[PSI수사대] 비만바이러스⑤ SOS레스토랑 셰프의 과거

 지난 줄거리 

    
지리산 낭떠러지에서 풀무원수사대를 구해준 백발노인이 차려준 음식을 먹은 풀군은 신기
    하게도 비만바이러스로 인한 폭식과 식탐이 멎는다. 수사대는 노인의 집에서 발견한 사진 속에서
    노인과 나란히 서있는 SOS레스토랑 셰프를 발견하고 둘의 관계를 의심하는데....!!
    [지난 에피소드 보러가기]

머리를 맞대고 사진을 들여다보던  
풀반장과 풀군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한 손에 칼을 든 백발노인이 노기 띤 눈빛으로 들어와 
벼락같이 호통을 쳤기 때문!  

“남의 물건을 함부로 뒤지다니 자네들 도대체 정체가 뭔가?!” 

두 사람은 노인의 손에 들린 칼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저 칼, 저기... 군데군데 묻어있는 저 얼룩은.... 

핏자국이 분명해....!!   

심장이 얼어붙기라도 한 듯 
공포에 질린 두 사람은 손끝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 노인은
비만바이러스의 주범인 
SOS 레스토랑 셰프와
친밀한 분위기의 사진
까지 찍은...

어쩌면 공범일지도 모른다!!

‘응?’ 

풀반장은 잠시 눈을 껌뻑거렸다. 

두려움이 극에 달하면 이성적 판단을 잃는다 했던가?
자세히 보니 칼에 묻은 얼룩은... 

피가 아니라........ 

장미꽃 문양이었다. 

‘장미칼?’ 

간신히 정신은 가다듬었지만
SOS레스토랑 셰프와의 관계에 대해서만큼은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풀반장은 사진을 내밀며 떨림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진 속 어르신 옆에 서있는 이 남자가....
            아무래도 저희가 아는 사람 같아서 그렇습니다.”  

노인의 하얀 눈썹이 꿈틀거렸다. 

“아는 사람이라고?” 

노인의 눈빛이 풀반장이 내민 사진을 재빨리 훑었다. 

칼 얼룩의 정체를 파악하긴 했지만 
여전히 칼날의 방향이 마음에 걸리는지 
풀반장 등 뒤로 슬슬 몸을 피하며 
풀군도 항의하듯 쉰 목소리로 거들었다.  

“...이 남자...그러니까 SOS레스토랑의 메인 셰프와 
           무슨 관계인거죠?” 

순간, 노인의 얼굴빛이 삽시간에 변했다. 

S...O..,S...?? 자네 방금 SOS라고 했나?” 
“그..그렇습니다만...?” 
SOS레스토랑이라니! 
            어허...그 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군.....!!” . 

노인은 칼을 내려놓고 툇마루에 털썩, 걸터앉았다. 

풀반장과 풀군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슬그머니 노인 옆으로 다가간 풀반장이 
장미칼을 노인의 등 뒤에 있는 풀군 쪽으로 밀며 말을 걸었다. 

“어르신, SOS레스토랑의 셰프에 대해 뭔가 알고 계신 것 같군요. 
            이 셰프..........비만바이러스와도 관계가 있는 거죠?” 

노인이 의아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비만...바이...러스...?”  

풀반장이 밀어준 장미칼을 마루 안쪽으로 슬며시 치워놓던 
풀군이 되려 놀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아니;; 그것도 모르세요?  
            지금 전국에서는 비만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기름진 음식, 고칼로리 음식을 폭식하다가 
            엄청나게 뚱뚱한 상태로 사망하는 사건이 수 천 건씩 일어나고 있는데!” 

자신의 옆구리살을 걱정스럽게 어루만지는 풀군을 쳐다보며 
노인은 깊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주억거렸다.   

“허허... 결국 그 놈이 일을 저질렀군. 
            내 그때 그 놈을 그냥 하산시키는 게 아니었는데...” 
“하산이라는 말씀은....?!”

노인이 먼 산을 바라보며 기나긴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녀석은 내 제자였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의 일이지......”

.
.
.

20년 전, 

나는 대령숙수의 후예로 평생 음식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고 살았다네. 
미천한 솜씨나마 묵묵히 갈고 닦다 보니 어느새 세간에서는 나를 
‘식선(食仙)’으로 부르고 있더군. 

“아하, 전설의 식신이 바로 어르신?!” 
“쉿쉿, 식신이 아니라 식선;;”

허명(虛名)이나마 내 이름을 좇아 배우려는 제자들도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지.  

그러나 전부 오래 버티질 못했네.  

잔재주 몇 가지 배워 내 이름 팔아 식당이라도 차려보려던 이들은 
혹독한 수련을 참지 못하고 전부 야반도주를 하고 말았지.  

그런데 그 녀석은 달랐다네.   
일단 눈빛부터 남다른 기운이 있었지.  
그때는 형형하다 생각했는데 지금 와 생각해 보니 그게 독기였네만..  

어쨌든 그 놈은 내가 시키는 일을 묵묵히 참고 해냈어.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양파 오십 망을 깠으니
보통 독한 놈이 아니었지. 
다 떠나고 결국 그 놈 혼자 남았네. 

그런데 그 놈이 만든 음식의 맛이 갈수록 현란해졌네.
난 종종 젓가락을 내던지고 호통을 쳤지. 

     “이 놈아! 이걸 음식이라고 만들었느냐! 
      요리사라고 다 같은 요리사가 아니다. 
      요리사도 하수, 중수, 고수의 단계가 있다.  
      하수가 만든 음식에선 일미(一味), 즉 한 가지 맛밖에 나지 않는다. 
      맵든지 짜든지 달든지 오로지 한 가지 양념의 맛이 다른 맛을 압도해 버린다. 
      중수가 만든 음식에선 칠미(七味)가 난다. 
      다양한 맛이 균형을 이뤄 혀에서 마치 맛의 향연이 펼쳐지는 듯하다. 
      마지막으로 고수가 만든 음식에선....”

“고수가 만든 음식에선...무슨 맛이 납니까?”

무미(無味). 아무 맛도 나지 않는다. 

최고의 요리사는 가미(加味)하지 않고 별다른 양념 없이 
재료의 맛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내공을 지니고 있지. 

그것이 바로 내가 평생을 바쳐 좇던 
‘자연의 맛’이었다네. 

“오오오~~~ ‘자연의 맛’이라면~~~!!”
“쉿쉿.” 

그런데 그 놈의 음식은 너무나 자극적이었어. 

그 놈은 먹는 사람의 건강 따윈 상관없이 어떻게 하면 자신의 음식을 
더 많이 먹게 할까만 궁리했다네. 

그러던 어느 날이었지. 
새벽녘에 목이 말라 부엌으로 나갔는데 
그 놈이 뭔가를 섞다가 나를 보고 황급히 감추더군.  

처음엔 모른 척했네. 

그런데 나도 점점 그 놈이 밤마다 만들고 있는 비밀양념이 뭔지 궁금해졌지. 
밤마다 그 놈의 동정을 살피며 엿볼 기회를 노리던 중..
드디어 어느 날 밤 그 놈이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 
만들고 있던 양념을 손가락으로 찍어 맛보았다네.  

“무...무슨 맛이었나요?”


미량으로도 사람을 미혹시켜 자꾸 먹게 만드는 그것, 
포만감의 한도를 적정 식사량의 수십 배까지 끌어올리는 그것,  

치명적인 중독성을 지닌 그것은 바로...!!!!


“바로?!!!” 

설탕과 기름, 소금이었네! 

“네?! 설탕과 기름, 소금이라구요?”

설탕과 기름, 소금을 궁극의 비율로 배합해 천상의 맛을 실현해 낸 것이라네. 
이름하여 SOS, 

즉, Sugar, Oil, Salt의 앞 글자를 따 이름 붙인 
그 녀석이 만들어낸 악마의 레시피였지.   

“헉! 그래서 그 레스토랑 이름도....!!! SOS레스토랑!!” 
“악! 제가 뭘 먹은 거죠?!!!” 

나는 맛을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SOS의 위험성을 간파하였네. 

따로따로 과용하여도 건강에 해가 되는 것을 
하나로 합쳐놓았으니 그 해악은 불을 보듯 뻔했지. 
억제돼 있던 식탐의 뇌관에 불을 붙여 세상을 혼란케 할 
악의 조리법을 두고 볼 수만은 없었네. 

나는 그 놈에게 SOS 레시피 노트를 파기하고 요리계에서 떠날 것을 명했네. 

그러나 다 소용없는 짓이었지. 
내가 미처 몰랐던 사실이 있었다네. 

바로, SOS의 레시피는 이미 그 놈 머릿속에 들어있다는 것을! 
다음 날, 그 놈은 보따리를 싸서 사라져버렸지.  

.
.
.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올랐다.  
수사대는 그러나 피곤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그러니까 비만바이러스의 원인은...!  
            어떤 특정 바이러스가 아니라 SOS,
            즉, 설탕-기름-소금에 대한 중독이라는 거군요.”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르신! 너무 걱정 마세요.
            저희 조박사님이 치료제를 개발했으니 조박사님만 찾으면 치료제도 찾고...”
“음? 지금 조박사라고 했나?”
“조박사님을 아십니까?”
“매주 목요일마다 풀무원 제품을 한 보따리 안고 찾아와 
            요리에 대해 이런저런 자문도 얻어가고  
            내가 요리하는 모습을 하염없이 지켜보던 사람도 이름이 조박사였네만...” 
“아하! 그럼 혹시 조박사가 목요일마다 만났던 ‘수비드’라는 사람이....??!!” 
“허허..내가 수비드라네.” 
“그렇군요! 어르신. 몰라 뵈어서 죄송합니다.” 

풀반장과 풀군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그럼, 조박사님이 가장 최근에 여길 온 게 언제였나요?” 
“지난주에 오고...그러고 보니 이번 주엔 얼굴을 못 봤구먼. 
            한 주도 거르는 법이 없더니.”

그때였다.

자신의 컴퓨터와 연결된 스마트폰을 통해
틈나는 대로 조박사의 위치를 확인해오던 풀군이 흥분한 듯 소리쳤다. 

“조박사님의 휴대폰이 다시 켜졌어요. 
            현재 좌표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SOS레스토랑입니다!!!”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악마의 SOS 레시피를 갖고 
온 세상에 비만바이러스를 퍼뜨리려는  
SOS레스토랑 셰프의 손아귀에서 
조박사와 치료제는 과연 무사할 것인가?   

풀무원수사대(PSI; Pulmuone Special Investigation)
풀반장과 풀군은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전작 ‘오도의 비밀’
을 넘어서는 [오도의비밀 보러가기] 
어마어마한 제작비(?)와 야외(?) 올로케이션으로 발행 전부터 
소셜미디어 팬들의 뜨거운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미스터리 스릴러 웹소설, 
풀무원수사대 시즌4_비만 바이러스~!!!  

다음 주에도 
바이러스 감염은 계속됩니다. 

본편사수, 배포자유! 
커밍쑨-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