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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Novel/웹소설 '비만바이러스'

[PSI수사대] 비만바이러스④ 백발 노인의 정체는?!

 지난 줄거리 

    
비만바이러스 치료제 ‘잇(EAT)’을 개발하던 조박사가 실종되자 풀무원수사대 풀반장과 풀군은
    조박사의 연구실에서 단서를 찾아내 지리산으로 향한다. 하지만 비만바이러스에 감염된 풀군의
    실수로 두 사람은 지리산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지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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킁킁,  
어디선가 풍겨오는 구수한 냄새.  


‘이건 무슨 냄새지? 고...고기냄새?’ 

흐릿한 의식 속에서 
뭔가 그리운 것을 좇는 듯 코를 자극하는 냄새에 집중하고 있던 
풀반장의 귓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발 한 입만...한 입만...,” 

애절하게 뭔가를 갈구하는 듯한 이 목소리는....??
.......풀군???!! 

순간, 풀반장의 감각이 빠르게 회복되기 시작했다.

아, 그래... 
벼랑에 풀군이 매달려 있었고.... 
그 토실토실한 손을 잡으려다가 놓쳤는데......! 

뒤엉켰던 기억의 실타래가 풀리면서 의식이 돌아왔다.  
눈을 뜨니 어렴풋이 천장의 나무 서까래가 보였다.

"그런데 여긴......어디지?" 

고개를 돌리니 바로 옆에서 풀군이 잠꼬대를 하고 있었다. 

".....진짜...딱 한 입만 먹을게요..."

미몽을 헤매는 풀군의 헛소리를 들으며 풀반장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몸 여기저기 긁힌 상처투성이였지만 다행히 뼈는 다치지 않은 것 같았다. 
방 안을 둘러보니 흙벽에 콩기름 먹인 장판, 그리고 반닫이 하나가 눈에 띄었다. 

아직은 흐린 두 눈에 비친 방 풍경은 과거로 타임리프를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했다.   

"끄응........피자, 라면, 탕수육......
           튀김...돈까스...삼겹살.....웅얼웅얼....." 

세상의 온갖 기름진 음식을 이름을 줄줄이 불러대는 
풀군의 잠꼬대를 뒤로 한 채  
풀반장은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밤이 되면 인공불빛 한 점 없을 것만 같은 깊은 산중이었다. 

어디선가 사람의 기운이 희미하게 느껴졌다. 
그 기운을 쫓아 도착한 곳은 마당 한 편에 있던 부엌... 

"...........이 냄새는?"

풀반장은 의식이 돌아오기 전 맡았던 맛있는 냄새의 진원지가 
이곳이었음을 깨달았다. 

몰래 문틈으로 엿보니 백발이 허리춤까지 내려오는 노인이 
김이 오르는 가마솥에서 뭔가를 꺼내고 있었다. 

".............?  "

풀반장은 눈을 가늘게 떴다. 

노인이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비닐 팩이었다. 

비닐팩 안에는 고기처럼 보이는 흰 색의 덩어리가 들어있었고, 
덩어리에서 흘러나온 듯 기름 섞인 즙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 

"비닐팩에 넣은 고기를 뜨거운 물에 담가 익힌다?"

저런 건 처음 보는데...뭘 하는 거지? 
그런데 저건 무슨 고기일까? 

혹시......설마...?

순간 풀반장의 머리털이 쭈뼛해졌다. 
그때, 누군가의 손이 풀반장의 어깨를 짚었다. 

"으아아아악!!"
"반장님, 저예요. 여기서 뭐하시는 거예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던 풀반장은 
손의 주인이 풀군이라는 걸 확인한 뒤 헛기침을 해댔다.  

"흠흠, .....어..언제 깬 건가요?" 
"좀 전에요. 
            그런데 반장님 여기가 어디죠?
            저 배고파 죽을 것 같아요.
            먹을 것 좀 없을까요?"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며 배를 움켜쥐는 풀군을 
풀반장은 옆 눈으로 훔쳐봤다.  

풀군이 정말 비만바이러스에 감염된 거라면 
그의 괴로운 표정은 과장이 아닐 것이다. 

바이러스 감염자들이 식욕을 채우지 못했을 때 느끼는 고통은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때, 부엌문이 벌컥 열리며 노인이 나왔다. 

노인은 문 앞에 서 있는 수사대를 흘낏 쳐다보더니 
가타부타 말없이 대청으로 올라갔다. 

풀반장이 노인을 뒤따르며 물었다. 

"저...어르신...
           혹시 어르신이 저희를 구해 여기에 데리고 오신 겁니까?" 
"..............."
"어르신...혹시 제 말이 들리지 않는 거라면..."
"묻고 싶은 게 뭔가?"

노인의 목소리는 웅숭깊었다. 

풀반장이 잠시 할 말을 찾는 사이  
풀군이 허기진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혹시 여기 먹을 것 좀 없나요? 
            흑돼지 삼겹살이나 뭐, 닭백숙도 좋구요, 
            정 없으면 산채비빔밥이라도..."

노인이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쳐다보더니 턱짓으로 
두 사람이 좀 전까지 누워있던 방을 가리켰다. 

노인의 기세에 눌린 풀반장과 풀군은 
고분고분 그 방으로 다시 돌아왔다. 

"뭔가 먹을 걸 주겠다는 뜻인거죠?"

풀반장이 대답할 틈도 없이 
노인이 소반을 들고 들어왔다. 

예상했던 흔한 시골밥상이 아닌 
의외로 푸짐한 한 상 차림.  

반을 내려놓기가 무섭게 풀군이 늑대소년처럼 덤벼들었다.  

젓가락으로 고기부터 한 점 집어든 풀군의 젓가락을 
재빠른 손놀림으로 낚아채는 백발의 노인. 

"잠깐!" 

젓가락을 뺏긴 풀군은 억울한 표정으로 
노인을 쳐다봤다. 

풀반장 역시 의아한 얼굴로 노인을 건너다봤다. 

노인은 말없이, 하지만 엄한 표정으로 
샐러드와 수프가 담긴 그릇을 풀군 앞에 밀어주었다. 
노인의 위엄 서린 행동에 풀군은 순순히 고기를 내려놓고 
샐러드에 눈길을 주었다.  

한숨을 가볍게 쉬며 풀군이 옆에 놓인 드레싱 그릇을 들어 
샐러드에 통째로 부으려 하자  
노인이 이번엔 풀군의 팔을 턱,하고 잡았다. 

"찍게." 
"네..??" 
"찍어서 먹게."     

노인의 목소리에선 왠지 거역할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풀군은 음식을 단숨에 흡입하고픈 욕망을 애써 누르고 

샐러드를 드레싱에 찍어서 먹었다.  

이번엔 수프를 한 입 맛 본 풀군이 싱겁다며 소금을 찾자 
노인이 혀를 차며 말했다.

"쯧쯧쯧... 식탐에 몸과 마음이 지배 당했구먼." 
"네? 식탐?!"
"혀는 있되 맛을 모른다는 뜻이네. 
            소금은 탐식을 부르고 탐식은 더 강한 맛을 갈구하게 되지.
            기름짐도 매움도 다 마찬가지야.
            그러다 결국 남는건 음식에 대한 식탐인 걸세.  
            그러나 걱정 말게. 
            식탐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뜻이 있다면 바꿀 수 있는 법."

선문답 같은 말들을 잔뜩 쏟아낸 노인의 말.

허기를 채우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풀군과는 달리
풀반장의 머릿속은 복잡해져만 갔다. 

 "노인의 말.... 비만 바이러스와... 너무도 닮았어.. "

아무도 듣지 못한 풀반장의 혼잣말을 뒤로 한 채
풀군은 드디어 고기를 맛 볼 차례가 되었다며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뽀얀 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은 풀군의 눈빛이 노글노글해졌다. 

"와, 이 고기는 정말 부드럽고 쫄깃하네요. 
            반장님도 한번 드셔 보세요."

풀군의 권유에 풀반장이 고기 한 점을 입에 넣었다. 
과연 무슨 고기일까 짐작이 안 갈 정도로 맛이 있었다. 

"이건 무슨 고기입니까?"

노인은 말없이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풀반장은 조금 전 부엌에서 보았던 광경을 다시 떠올렸다. 

비닐 팩에 든 고기를 보았을 때 들었던 의심이 
고개를 쳐들면서 등골이 서늘해졌다. 

풀군이 숟가락을 내려놓자 노인이 상을 들고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는 걸 확인한 풀군이 속삭였다. 

"그런데 저 노인네 뭔가 수상하지 않아요? 
            요리 솜씨가 보통이 아니던데 왜 이런 데서 혼자 살고 있는 걸까요?"
"그러게요. 그나저나 풀군은 이제 좀 괜찮은 건가요? 
            왠지 내내 달고 있던 먹을 것 타령도 안하고.......?"
"어? 그러고 보니 노인이 준 음식을 먹고 난 뒤
            이상하게 먹을 것에 대한 생각이 없는데요?!
            그..그래요 포만감...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이런 기분 정말 오랜만이에요!!!"


자신의 변화에 놀라기라도 한 듯
배를 만져보며 뭔가 중얼거리는 풀군을 바라보며  
풀반장이 마지못해 대답을 했다.   

"음.... 일단 뭐 식탐이 없어졌다니 다행이군요... 
            아니, 지금 뭐하는 거예요?"

풀반장의 입에서 나지막한 비명이 터져 나온 건 
방 한쪽 구석에 놓인 반닫이 앞에 서있던 풀군이 
반닫이의 문을 거침없이 열어젖혔기 때문이었다.   

풀반장은 노인이 들을 새라 재빠르게 속삭였다.  

"그래도 우릴 구해준 분인데 짐을 뒤지면 어떡합니까?"
"제게 포만감을 느끼게 해준 방금 그 음식의 정체가 너무 궁금해서요.
            레시피 같은게 어디 있지 않을까요?

            응? 여기 무슨 앨범 같은 게 있는데요!"

풀군이 반닫이 안에서 
두툼하고 낡은 사진 앨범슥, 뽑아내는 순간  

앨범 사이에서 사진 하나가 툭, 떨어졌다. 

앞치마를 두른 낯익은 얼굴의 두 남자가 
나란히 웃고 서 있는 사진이었다. 

"아니, 이 사람은...........헉!"

풀군이 숨을 삼키자 
풀반장이 얼른 다가가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SOS 레스토랑의 셰프였다.

"맞죠? 왼쪽은 아까 그 노인이고, 
            오른쪽의 이 남자는 SOS 레스토랑의 셰프, 그 남자!"
"아니, 그런데 어떻게 두 사람이......" 

풀반장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맞닥뜨린 사진 속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머리를 망치로 얻어 맞은 듯한 기분을 느끼며
비만 바이러스와 관련된 모든 상황이 정리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이돌, 풀군.... 그리고 특유의 맛까지...

"그 남자... SOS 레스토랑의 셰프가 모든 사건의 시작이었어!!"

풀반장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에
풀군도 이제야 알아차렸다는 듯, 놀람 가득한 얼굴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한번 연결된 생각의 고리는 터져버린 봇물처럼 막힘이 없었다.
풀반장의 외침 이후 아무런 말도 없었지만
두 사람의 머릿속은 사건에 대한 생각으로 빠르게 물들어갔다.

영원할 것만 같던 정적의 흐름을 깬 것은
풀군의 한마디였다.

낮게 떨리는 그의 목소리엔 두려움이 가득했다.

"사.. 사진... 노인과 셰프 마..맞죠?
            그....그렇...다면.. 공범?!"

그때 문이 벌컥, 열리더니 
한 손에 칼을 든 노인이 노기 띤 눈빛으로 소리쳤다. 

"자네들, 지금 뭐하는 건가!!!!!"


<다음 주에 계속됩니다>

지리산 골짜기에서  
풀무원수사대를 구한 백발 노인의 정체는? 
노인과 SOS레스토랑 셰프는 과연 어떤 관계인가?    

풀무원수사대(PSI; Pulmuone Special Investigation)
풀반장과 풀군은 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전작 ‘오도의 비밀’
을 넘어서는 [오도의비밀 보러가기] 
어마어마한 제작비(?)와 야외(?) 올로케이션으로 발행 전부터 
소셜미디어 팬들의 뜨거운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미스터리 스릴러 웹소설, 
풀무원수사대 시즌4_비만 바이러스~!!!  

다음 주에도 
바이러스 감염은 계속됩니다. 

본편사수, 배포자유! 
커밍쑨-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