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WebNovel/웹소설 '오도의 비밀'

[PSI수사대] 오도의 비밀② 좀비의 추격, 그리고 오도를 지켜라!

 지난 줄거리 

    낯선 바닷가에서 기억을 잃은 채 깨어난 풀무원수사대의 풀반장. 

    
모래사장에는 그간 수사해왔던 두부, 어묵, 아임리얼들이 어지럽게 흩어져있고, 
    우연히 합류한 풀군과 함께 이곳이 “오도”라는 섬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데....! 
    [지난 에피소드 보러가기]


해가 지고 있었다. 
주변의 정적 때문인가?
파도 소리가 두 사람을 집어 삼킬 듯 철썩 댄다.

 “그런데 여기가 ‘오도’라는 섬인 건 어떻게 알았죠?”

벌떡. 
갑자기 풀군이 일어섰다. 

 “여길 보세요.” 

엉겁결에 따라 일어선 풀반장은, 
붉게 물들기 시작한 하늘 아래 펼쳐진 모래사장 저편을 바라봤다. 
풀군은 말없이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리켰다.

그곳엔,
누군가 써놓은, 사람 키 길이는 될 만한 거대한 글씨가 보였다.

오도를 지켜라! 그들이 증식하고 있다! 

오싹한 필체였다. 

 “그들...? 증..증식이라뇨?” 

풀반장이 풀군을 바라본 순간, 
풀군의 등 뒤로 펼쳐진 언덕 너머로 시뻘건 물체가 휙, 하고 지나갔다. 

“아악!”
“뭐에요? 왜 그러세요?” 
“방금...이상한 게 풀군 뒤로 지나갔...” 
“....반장님 많이 피곤하신가 보군요. 이 섬엔 아무도 없...” 

겁쟁이 취급이라도 하듯 장난스러운 웃음을 띠던 풀군의 표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풀반장이 풀군의 옷을 낚아채며 냅다 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샤인 볼트에 맞먹는 속도로 달리는 풀반장에게 ‘왜’라고 물을 필요는 없었다. 

귀를 찢는 듯 쉬익- 하는 소리와 함께 
엄청난 크기의 검은 그림자가 모래 위에 깔렸으니까.

알 수 없는 물체는 두 사람에게 어둠을 드리운 채 쏜살같이 다가오고 있었다.

“어...어....반장님! 무조건 앞으로 뛰세요!”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우샤인 볼트를 제친 풀반장은 쏜살같이 내달리고 있었다. 
반면 풀군은 무릎까지 푹푹 꺼지는 모래밭 때문에 좀처럼 속도를 낼 수 없었다. 

오오-

괴물체의 끈적하고 미지근한 체온이 몹시 가까이 느껴졌다. 
가까스로 모래밭을 벗어나 빽빽한 수풀 사이로 들어섰다.


“반장님, 좀비가 확실해요! 좀비예요, 이건!”

좀비? 그 좀비...?! 

풀반장의 머릿속으로 온갖 영화에서 본 
좀비들의 모습이 번쩍번쩍 스쳐지나갔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 때 또 쉬익- 소리와 함께 등에 강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무언가 등을 기어간다.

앞서 뛰던 풀반장은 이 좀비가 움직일 때마다 매캐한 곰팡이 냄새를 느꼈다.
시퍼런 포자같은 것들이 사방에 날아다녔다.

숨이 멎을 듯 했다. 더 이상, 더 이상은 못 뛰겠어....
무릎에 힘이 풀리는 찰라, 

“사람이 있나 봅니다! 저기! 저기!”

흐릿해지려는 눈을 똑바로 뜬 풀반장은 
섬 안쪽 수풀 속에서 커다란 건물을 발견했다. 

아...그러나 사람이 있다고 보기에는 너무도 음습해 보이는데......!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서둘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역시 아무도 없다. 그러나 실망할 겨를 역시 없다.
좀비들의 발자국 소리가 시멘트 벽을 쿵쿵- 울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이럴 수가. 막다른 골목이다. 

그 때 바닥에 놓인 낡고 쇠로된 뚜껑이 눈에 띄었다. 

 “지하가 있나 봐요! 일단 들어가요! 빨리!” 

이제 풀군이 장미란이 될 차례였다.
바닥에 놓인 뚜껑을 번쩍 들어올렸다.

과연 우물처럼 깊은 구멍이 보였다. 

잽싸게 뛰어 내린 두 사람은 몸을 낮추고 숨을 죽였다. 

쿵쿵쿵쿵- 

뚜껑 위를 밟고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이었다.

 “더 멀리 도망가야겠어요.” 
 “...............이건 뭐죠...?”

풀군은 어두운 시야에 적응하려 실눈을 뜨며 반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풀반장은 거대한 철문 앞에 서 있었다. 

마치 은행 금고문을 연상시키는, 매끄러운 스테인리스 재질의 첨단 밀폐문이었다.

 “상관없어요! 여기보단 안전할 테니 얼른 들어가자고요!” 

그러나 이내 두 사람은 말문이 막혔다. 

철문 중앙에는 자물쇠도, 비밀번호 다이얼도 아닌, 
거대한 온도계가 붙어있었기 때문이다.  

혹시나 싶어 풀군이 손잡이를 돌려보고 흔들어봤지만 
굳게 잠겨 있다.  

삐이익-낮게 경보음이 울렸다.

 “쉿! 조심해요! 놈들이 들어요!” 

이미 늦었다. 아까 지나갔던 발자국들이 멀리서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이 문을 부숴야겠어요!” 
 “잠깐, 잠깐만요. 문을 부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풀반장이 문 옆에서 발견한 열쇠 모양이 그려진 수첩을 
풀군의 눈앞에 들이댔다. 

 “뭐하는 겁니까! 그걸로 어떻게 부숴요!”

풀반장은 수첩을 펼치고 
수첩 안에 빼곡히 적힌 반복되는 숫자를 가리켰다. 

5℃

옥~

두 사람의 말소리가 너무 컸던 게다.
좀비들의 악취가 문 틈 사이를 뚫고 들어왔다.

 “5도! 5도로 맞추세요!” 

풀군의 관자놀이께에서 땀방울이 주르륵, 흘러 내렸다.
지금 논리를 따질 때가 아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온도계 빨간 침을 5℃로 맞췄다. 

잉-

열렸다!

철문은 느리고 부드러운 동작으로, 확실하게 열리고 있었다.
30cm쯤 열렸을까?

두 사람은 재빨리 몸을 밀어 넣었다.
위에서 뚜껑이 덜컹이며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다시 닫아요!” 

풀군은 문 안쪽의 디지털 온도계 버튼을 눌러 5℃를 해제했다.

문은 잠시 멈칫하더니 닫히기 시작했다. 

쿵.

지하로 좀비가 뛰어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완전히 닫혔음을 확인한 두 사람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후우우.......” 

온 몸의 피가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철문에 등을 기댄 채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제야 이 공간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여...여기는...대체...? 




<다음 편에 계속>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