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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Novel/웹소설 '오도의 비밀'

[PSI수사대] 오도의 비밀④ 국회의원을 만난 풀무원 조박사

 지난 줄거리 

    
좀비에게 쫓겨 “오도”섬 안의 낡은 건물 지하실로 숨어들어간 풀무원수사대 풀반장과 풀군은
    그곳을 뒤덮고 있는 수많은 온도계와 함께 “김박사”라고 적힌 낡은 가운을 발견한다.
    그제서야 풀반장은 “5℃”에 얽힌 비밀스러운 과거를 털어놓는데.....! 
    [지난 에피소드 보러가기]

풀군은 풀반장의 옆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이 반장, 뭔가 알고 있었던 건가. 

“.......몇 년 전, 한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비밀리에 연락을 취해왔어요. 
           그날도 5℃가 문제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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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국회의사당 내부.    

해사한 얼굴의 보좌관은 자리에 앉은 채 
시계를 흘낏 건너다봤다. 

5분전. 

어쩌면, 나타나지 않을지도 몰라.... 
라고 말하던 최의원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책상 위에 놓인 전화의 수화기를 들까말까 
망설이는 순간, 
가벼운 노크소리가 사무실을 울렸다. 

잿빛 정장 수트를 단정히 차려입은 중년의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섰다. 

손에는 어딘가 첨단장비를 닮은  
매끈한 철제 브리프케이스를 단단히 쥐고 있는 
그 남자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보좌관은 자리에서 벌떡 몸을 일으켰다.  

조박사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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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의 조박사님만 가시고, 반장님은 안 가셨었나요?” 

정적을 깨는 풀군의 목소리..

자신의 이야기 중간에 끼어든 풀군이 못마땅한 듯
풀반장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이내 태연하게 대꾸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전 그날 바쁜 일이 있어서...;; 
           아니, 뭐, 어쨌든, 
           그 자리는 그런 자리가 아니.....일단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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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장소. 

조박사가 국회의원 보좌관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사무실은 
창이 없었다. 

심플하게 생긴 책상과, 바퀴달린 의자만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

그 때 안쪽에서
뚜벅뚜벅 소리와 함께 사람이 나타났다.

안경 뒤로 예리한 눈이 빛나는, 최의원이었다. 
양팔에 큼직한 종이박스를 안고 들어왔다. 

평소 누구 앞에서도 주눅 드는 법이 없던 
조박사도 가방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여기까지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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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 사이에 잠시 적막이 흘렀다.

“조박사님도 바쁘실 테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록 하지요.” 

최의원은 종이박스 안에서 
항공우편 봉투 하나를 꺼내 
탁자에 올려놓았다. 

발신란의 USA 라는 글자가 곧바로 눈에 띄었다. 

“.........미국의 한인주부들이 제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조박사는 말없이,
하지만 태연하게 그 편지를 내려다보았다. 

의원은 재빨리 탁자 위에 또 다른 물건들을 꺼내놓았다.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풀무원 두부와 
사진 서너 장이었다.   

최의원은 단정한 손으로 두부를 홱, 뒤집었다. 
그리고는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유통기한이었다. 

14일입니다. 제 보좌관이 오늘 마트에서 사온 두부입니다.”  

이번엔 사진 몇 장을 조박사 앞으로 밀어놓는 최의원.  

조박사는 흥미를 느낀 듯 코앞의 사진을 뒤집는다.  
미국에서 판매중인 풀무원USA의 두부들
이런 저런 각도로 찍혀있었다. 

최의원은 사진 속, 
미국 판매용 두부의 한쪽 면을 가리켰다. 
분명한 폰트로 영단어와 날짜가 인쇄되어 있었다.

Valid Date,
유통기한을 뜻하는 영단어였다.  


“보이시나요? 무려 60일입니다. 
          이게 무슨 일이죠? 
          한국에서 파는 두부의 유통기한은 14일
          미국에서 파는 두부의 유통기한은 60일!“ 

조박사는 미동도 없다. 

다만 이 방에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그의 입가에 빙긋이, 미소가 떠오른 것을 
최의원은 놓치지 않았다. 

이 사람, 너무 태연한걸...., 
최의원은 좀더 목소리에 힘을 줬다. 

“왜 두 나라에서 파는 같은 회사의 두부 유통기한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겁니까? 
           뭔가... 뭔가가 들어있는 것 아닙니까? 
           미국의 한인주부들이 그래서 제게 진상조사를 의뢰했습니다!“  

조박사는 갑자기 철제 브리프케이스를 무릎에 올려 열기 시작했다.



철컥, 

이 가방, 겉모양만 첨단스러운게 아니었다. 

브리프케이스의 열린 틈 사이로 드라이아이스라도 풀어놓은 듯  
차가운 냉기가 빠져나와 의원실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정교한 냉동고와도 같은 내부 구조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방 안으로 슥, 손을 넣은 
조박사가 탁자에 꺼낸 것은.... 

....두부였다. 

미국에서 판매중인 풀무원 두부.

조심스럽게 두부 포장을 벗긴 조박사는, 
두부의 정가운데에, 
정확하게, 

.......온도계를 꽂았다. 


당황하는 최의원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박사는 입을 뗐다. 

“의원님, 지금 두부 내부의 온도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온도가 보이십니까?”
“......음, 5℃군요.” 
“....바로 이것 때문입니다.” 

어느새 의원실의 분위기는 완전히 역전되고 있었다.
최의원은 한결 유순해진 목소리로 반문했다. 

“........이 두부가 5℃인 것과 유통기한이 무슨 상관이죠?”   

조박사의 입가에 
다시 한번 미소가 떠올랐다. 




<다음 편에 계속>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