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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 Recipe/그 푸드? 저 푸드!

'파스타 디자이너', '미키 마우스 파스타'를 아시나요?

이탈리아에는 '파스타 디자이너'라는 직종이 있다는 사실,
혹시 아시나요?

연말 연예 대상 시상식들처럼 '올해의 파스타 디자인상'도 존재한다네요!
어쩐지, 그래서 수입매장같은 데 가보면, '미키 마우스' 모양, '나비'모양 파스타에
온갖 형형색색 파스타까지 다채로운 파스타들이 있지 말입니다. 
흐..우리나라는 '칼국수 디자인상'이나 '라면 디자인상' 같은거 제정안하나요?
(풀반장도 '칼국수 디자이너'로 나서보는?)

아, 오늘은 저 풀반장, 예전에 <알록달록 이런 파스타 보셨쎄요?> 포스트에서
약속드린 대로 세상의 모든 파스타 종류에 대해 풀사이 가족 여러분에게 소개하려 합니다.
네? 파스타에 대해선 잘 알고 계신다구요?

흠..그럼 혹시, 만두모양 파스타의 이름이 뭔지 아시나요?
그럼 실처럼 가는 파스타의 이름은요?
그럼 혹시 이런 이름들은 들어보셨나요?

페투치네, 콘킬리에, 쇼끼, 푸질리, 오르키에테,
토르텔리니, 토나텔리, 카펠라치알리, ... 등등. 

모양은 어디서 많이 본 모양인데, 이름은 낯설지 않으신가요? (풀반장은 그렇습니다..쿨럭..)  
거, 왠지, 다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전혀 모르는 녀석같은 파스타의 세계,
오늘 몽땅 알려드리죠. 시.작.해.볼.까.요?



가늘고 길고 쫄깃한 맛 - 파스타

이탈리아에는 ‘파스타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엄연히 인기직종으로 존재하고, 매년 ‘올해의 파스타 디자인상’을 선정하기도 한다. 수입 식품 매장에 가보면 미키마우스 모양이라든지 하트 모양의 파스타를 보며 ‘누가 이런 걸 생각해내나?’라는 궁금증이 인적 있을 터이다. 천의 얼굴을 가진 파스타의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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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의 고장이라고 하면 단연 이탈리아다. 아무리 면 요리가 만국 공통의 애호 식품이고 파스타가 대중화되었다지만 유럽 어디를 둘러봐도 이탈리아만큼 파스타를 먹어 치우는 나라는 없다. 유럽에 파스타가 널리 퍼진 지는 200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그리고 200년이 지난 지금도 다른 나라에서는 파스타가 그저 별미일 뿐 이탈리아에서처럼 하루에 한 끼를 고정으로 차지할 만큼 필수적인 음식은 아니다.


마르코폴로가 가져온게 아니었다며?

그러면 대체 이탈리아에서는 언제부터 파스타를 먹기 시작했고 그토록 좋아하게 되었을까?

파스타의 기원을 찾다 보면 꼭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으니 바로 ‘마르코 폴로가 중국의 국수를 가져온 것이 시초’라는 것이다. 최근의 연구는 이 이야기가 허무맹랑한 속설일 뿐임을 밝혔다.

마르코 폴로가 세계 여행을 마치고 베네치아로 돌아온 때가 1295년인 점을 고려하면 파스타의 기원은 그 이후라는 이야기가 되는데, 1243년 이탈리아 문헌에서 파스타를 언급한 사실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영화나 TV에서 픽션으로 다룬 마르코 폴로 이야기가 어느덧 사실처럼 정착했다고 본다.
어쨌거나 파스타는 그보다 훨씬 이전인 10세기부터 존재했다는 기록이 속속 나타났다.

이탈리아가 파스타를 먹게 된 시점도 9세기 아드라비드 왕조가 시칠리아를 정복했을 때부터라고 한다. 현재는 이슬람 상인들이 동서양 교역의 중심에서 파스타를 전파했다는 이야기가 정설로 취급되고 있다. 최초로 면을 만들어 먹기 시작한 데가 어디인지는 아랍이냐 중국이냐 아직 설이 분분하나, 말려서 보존이 쉽도록 한 곳은 아랍이었다. 다만, 애초에 손으로 먹는 음식이었던 파스타가 그 길고 가느다란 형태 탓에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점차 사라졌다. 반면 이탈리아는 삼지창처럼 생겼던 포크의 살을 촘촘하게 만들면서까지 파스타에 대해 애착을 보였고, 이후 유래와 상관없이 이탈리아 음식의 상징처럼 되었다.


300종의 파스타 x 소스 = 무한대의 요리

이탈리아에는 ‘파스타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엄연히 인기직종으로 존재하고, 매년 ‘올해의 파스타 디자인상’을 선정하기도 한다. 수입 식품 매장에 가보면 미키마우스 모양이라든지 하트 모양의 파스타를 보며‘누가 이런 걸 생각해내나?’라는 궁금증이 인적 있을 터이다. 요리했을 때 얼마나 균일하게 익는지, 입안에서 어떤 식감이 느껴지는지 등을 종합해 파스타 디자이너들은 신작을 개발한다. 이렇듯 지금은 누구나 파스타 요리나 그로 말미암아 파생된 문화에 있어서 이탈리아가 최고라는 데 이의를 달지 않는다.

파스타의 시초는 가늘고 긴 면발인 스파게티 류였지만 지금은 ‘파스타’라는 낱말이 밀가루를 반죽해 만든 다양한 면 종류를 총칭하고 있다. 짤막한 마카로니와 펜네, 리본 모양의 파르펠레, 속을 채우는 라자냐 등도 모두 파스타로 분류된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분류하는 파스타의 종류는 300여 종이 넘는다. 이를 여러 각도에서 분류해보면 다음과 같은 식이다.

일단 이탈리아의 밀가루는 다른 나라에서 생산되는 밀가루와 달리 딱딱한 품종이 상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흔히 경질밀, 듀럼밀이라고도 하는데 빵을 만들어놓으면 질기고 딱딱하지만 파스타를 만들어놓으면 쫄깃함이 다른 밀과 비할 수 없이 뛰어나다. 정통 이탈리아 원료로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파스타가 있다면 아마도 포장에서 경질밀을 뜻하는 Farina di grana duro 혹은 integrale, semola, semolina라는 문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연질밀 반죽도 다목적으로 두루두루 쓰인다. 연질밀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고운 입자의 강력분, 박력분을 떠올리면 되고 이탈리아에서는 이 두 가지 가루를 섞거나 강력분만 사용하여 주방장 고유의 반죽을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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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비타 투베터 리가티 오르키에테 먹물 라자네티 탈리아텔리 하프파스타 파르팔레 라비올리 토르텔리니 콘킬리에 카펠라치알리 쇼끼 레멜리 푸질리 가르가넬리 카사베체 시금치 탈리아텔리 토나렐리 페델리니 스파게티 페투치네

건조면과 생면 파스타의 차이

면의 굵기에 따라서는 가장 일반적이고 적당히 가느다란 스파게티 류, 크고 굵은 페투치니 류, 짧고 작은 펜네 류, 머리카락처럼 가는 카펠리니 류 등으로 나뉜다. 물론 이 안에서도 모양과 반죽에 섞어 넣는 재료에 따라 수십 가지가 탄생한다.

또한, 건조면과 생면으로 분류하는데 말 그대로 말려서 쓰느냐 반죽해서 바로 쓰느냐의 차이다. 건조면의 경우 경질밀만 쓴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생면파스타를 내세운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늘고 있고, 냉장 유통 생면이 판매되고 있다.

파스타는 소스와 조리법에 따라 천의 얼굴을 지닌다. 다양한 면의 식감만으로도 변화무쌍한데, 거기에 무궁무진한 소스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끝없는 매력을 자랑한다. 한국에서는 보통 소스를 토마토 베이스, 크림 베이스, 올리브 오일 베이스 정도로 나누는데 현지에서는 별 의미가 없다. 오히려 지역에 따른 특색이 강해서 트렌티노 지방에서는 토마토소스를 거의 즐기지 않는 식이다. 대부분 한 지역의 제철 채소를 써서 맛이 최대한 돋보이게 한다고 보면 될 듯하다. 특히 가장 먼저 파스타가 전해내려온 시칠리아 지방에서는 접시에 담았을 때의 모양도 중시하여 갖가지 채소와 허브를 써서 하나의 작품처럼 내놓고는 한다.


생면 파스타로 열량을 줄여볼까?

파스타는 주성분이 탄수화물이다. 탄수화물은 단백질, 지방보다 빨리 포도당으로 전환되어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특히 뇌 기능은 포도당 없이 설명할 수 없으므로 몹시 중요한 영양소다. 그러나 탄수화물은 비만을 유발하는 주범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특히 몇 년 전부터는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파스타도 ‘고탄수화물 식품’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실제로 극단적인 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인 앳킨스 다이어트의 창시국 미국에서는 2004년 파스타 판매량이 10퍼센트 가까이 줄고 업체가 도산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러나 파스타를 고탄수화물 식품 쪽에 슥 밀어놓고 다이어트의 적으로 다루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파스타를 즐기는 지중해식 식단이 건강과 다이어트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고, 비만의 주범은 파스타나 쌀처럼 질 좋은 탄수화물이라기보다는 순식간에 혈당치를 올리는 과당이나 설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스타 한 접시의 열량은 라면과 비교해도 절반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다. 게다가 평소에는 채소를 먹지 않는 이들도 부담 없이 섭취할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일품요리이기도 하다. 조리할 때 올리브 오일의 분량을 잘 조절하고, 직접 생면을 만들어 먹을 때 달걀  배합률을 낮추면 얼마든지 열량을 더 줄일 수 있다. 토마토도 가공 페이스트나 소스보다는 생토마토의 비율을 늘리고, 베이컨을 쓸 때는 한번 물에 데쳐낸 후 볶아서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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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생면 파스타를 만드는 과정. 생면은 보존 기한이 짧아 상대적으로 대량 생산이나 장기 유통은 어렵지만 시금치 반죽, 토마토 반죽 등 다양한 색깔과 재료의 면을 만들 수 있고 맛 또한 신선하다. 건조면은 건조 과정에서 수분뿐 아니라 맛과 향도 다소 날아가는 단점이 있다. 비교하자면 수제 방식으로 만든 빵과 공장에서 만들어낸 빵의 차이인데, 생면 파스타를 맛본 이들이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고는 한다.


명란젓 파스타? 김과 간장 양념 파스타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파스타를 소비하는 나라는 물론 이탈리아로, 1년에 국민 1인당 28킬로그램을 먹어 치운다. 그 뒤를 스위스, 칠레, 미국, 캐나다, 독일, 스페인, 영국이 차례로 잇고 있으나 2위인 스위스만 해도 10킬로그램이 채 되지 않는다. 주목할 나라는 2.5킬로그램인 영국 다음에 있는 세계 9위의 파스타 소비국인 일본이다. 1년에 2킬로그램을 먹는데 10위 권 안에 든 유일한 아시아 국가인 만큼 한국보다 파스타 종류도 다채롭고 훨씬 생활 속에 가까이 들어와 있는 느낌이다. 실제로 ‘퓨전 파스타’나 ‘한국식 파스타’라고 이름 붙여 나오는 것들 중 대부분은 일본이 원조격인 경우가 많다. ‘명란젓 파스타’ 혹은 김과 간장으로 양념한 담백한 파스타가 그런 예다. 최근에는 뜨거운 수프에 파스타가 들어 있는 ‘수프 파스타’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으며, 한국에도 전문점이 문을 열었다. 그만큼 새로운 파스타에 대한 욕구가 크다고 하겠다.

한국은 최초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1960년대 문을 열어 파스타도 이즈음 선을 보였다. 음식문화의 선도격인 호텔가에서도 이탈리아 요리 전문 레스토랑은 1980년대에 들어서야 문을 열었으니, 한국 사람들이 파스타 맛을 본 지는 아직 30~40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처음으로 대중화된 파스타는 고기를 갈아 넣은 토마토소스에 건조면을 익혀 버터에 볶아 버무린 것이었다. 이는 미국의 저렴한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는 그런 메뉴였으니 미국식 파스타가 가장 먼저 들어온 셈이다. 그리고 라면업계에서 처음으로 만든 인스턴트 파스타도 토마토소스였다. 기름진 음식을 싫어하는 입맛 탓도 있겠으나 여전히 한국에서는 ‘파스타’라고 하면 토마토소스가 가장 익숙하다. 하지만, 다채로운 제철 음식재료와 고유의 장맛, 다양한 조리법들을 고려해보면 한국에서도 걸출한 파스타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아직은 바다를 건너온 파스타 맛을 보느라 여유가 없지만, 어느 정도 파스타의 세계를 탐험한 후에는 독특한 나름의 파스타 문화가 꽃피지 않을까?


격식없이 편안하게, 뱃속은 든든하게

누구든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게 프랑스 요리이지만 파스타처럼 세계인의 사랑을 받지는 못했다. 격식을 차리지 않아도 좋고 포크를 한 손에 들고 씩 웃기만 하면 되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채나 곁들이 음식이 없어도 만족감을 주는 음식. 파스타는 그런 편안한 매력이 있는 요리다. 게다가 빨리 먹을 수 있고 배까지 부르다.

2차 대전 당시 이탈리아 군대에 관한 이런 일화가 있다. 북아프리카 전선 사막지대에서 영국군과 대치하던 이탈리아군을 구하려고 독일군이 급히 출동을 했다. 겨우 도착한 독일군이 본 광경은, 사막에서 그 귀한 물로 파스타를 삶고 있는 이탈리아군의 모습이었다.


오합지졸로 유명했던 사실을 강조하기 위한 일화겠지만,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그 군인들이 원했던 건 입의 호사보다 파스타가 주는 편안함과 고향 생각이 아니었을지? 그렇게 이탈리아인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 파스타는 이제 세상의 어느 식탁에서나 환영받는 존재가 되었다.


글 | 윤나래(자유기고가)   사진 | 톤 스튜디오   스타일링 | 그린테이블(www.gtabl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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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2009년 여름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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