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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경옥 기자의 딸아이 아토피 극복기 5] 트랜스 지방은 줄이고 포화 지방은 늘리고

사례2. 조선호텔 여직원과 일본 마사코 왕세자비

 

아토피의 후유증, 현재 진행형 아토피의 고통은 어려서보다 커서 더 치명적이다.
조선호텔에 근무하는 모 여직원은 겨울이든 여름이든
목까지 올라오는 터틀넥 티나 블라우스를 항상 입고 다닌다.
어려서부터 생긴 아토피 때문에 얼굴을 제외하고는
어디 내놓을 데가 없다는 게 그의 하소연이다.
이 때문에라프레리시슬리같은 최고급 화장품만 골라 쓰는데
기본적으로 화장품이라는 게 화학 성분을 바탕으로 한 것 아니겠는가.

 

최선은 화장을 안 하는 것이라고 몇 번 충고했으나
직장 생활을 하는 이상 이 또한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하기야 일본의 마사코 왕세자비가 둘째를 갖지 못하는 이유도
아토피 때문이라고 하지 않던가.
마사코 왕세자비는 결혼할 때는 물론이고 그 후 모든 공식 사진에서
목까지 올라오는 블라우스 차림으로만 나타나는데 이 역시 아토피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의 경우 항상 우리나라보다 10년에서 20년 정도 앞서서 모든 사회 문제를 먼저 겪는데
아토피 문제 역시 우리보다 10년 정도 빠른 1980년대부터 사회 문제화되기 시작해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있는 상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트랜스 지방은 줄이고 포화 지방은 늘리고

최근 사회 전체가 트랜스 지방 문제로 시끄럽다.
제과업체들은 미국 FDA(식품의약품안전청) 0.5그램 이하는 트랜스 지방 ‘0’으로
표기해도 된다고 했다며 잇달아 트랜스 지방 ‘0’ 제품들을 내놓고 있다.
지난 해 KBS과자의 공포라는 제목으로 과자의 유해성을 고발한 이후
트랜스 지방에 대한 제과업체들의 대응은 거의 노이로제에 가깝다.

 

이렇듯 웰빙 트렌드의 확산으로 아토피 아이들을 위한 환경은 그래도 갈수록 나아지고 있다.
제과업체들이 어찌됐던 자사 제품에서 트랜스 지방을 추방한다는 것은
아토피 아이를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일부 패스트 푸드점들은 트랜스 지방을 줄인다면서 튀김 기름을 식물성 팜유로 대체해
포화 지방산은 더 증가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야말로 윗돌 빼서 아랫돌 고이는 식이고 당장 여론이 들끓는 부분만 피해가자는 식이다.

 

초라한 밥상을 찾아서

지난 해 식품첨가물 관련 취재를 하면서 외식 메뉴들이 얼마나 유해한지를 절감한 바 있다.
보쌈집의 고기들은 먹음직스러운 색깔을 내기 위해 발색제인 아질산나트륨을 넣는다거나
자장면, 칼국수 등은 국수가 붓는 것을 막기 위해 반죽 단계에서 냉소다를 첨가한다는 등
그야말로 알고는 못 먹을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일본인 영영학자가 쓴 <초라한 밥상>이라는 책을 보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현대 영양학이 얼마나 많은 실험을 하고 있는가가 적나라하게 나와 있다.
현대영양학이 마치 만고불변의 진리라는 듯이 사람들의 삶을 지배하고 있고,
공중파 방송에서 아침마다 뭐는 어디에 좋고 뭐는 어디에 좋더라 하는
정보들이 무수히 쏟아지지만 현대 영양학이 우리가 먹는 모든 자연물을
100
퍼센트 분석한 것은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현대영양학에서는 사과에 비타민C, 구연산, 비타민 B12 등이 들어 있다고 분석하지만
이들 성분을 거꾸로 배합한다고 사과가 탄생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현대 영양학은 이제 겨우 100년 남짓한 역사를 갖고 있을 뿐이고
영양에 대한 과학적 지식들은 아직도 대부분 미지의 세계에 남아 있다는 설명이었다.

 

정보를 분석해서 옥석을 가리다 보면

먹을 것이 지금처럼 풍부하지 않았던 지난 세기에는
사람들이 하루 평균 150가지 이상의 음식물을 어떤 형태로든 섭취했다고 한다.
반면 먹을 것이 너무 넘쳐서 문제인 현대에는 100가지 이상 섭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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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한다.
아토피를 해결하는 방법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가급적 소량씩 많은 음식들에
아이가 적응하게 하고 무엇보다
현대 영양학이나 현대 진단학에 대한 극단적인 맹신에서 벗어나는 게 첫걸음이 아닐까 싶다.

 

교육과 관련해 아이를 아이비리그 혹은 그에 맞먹는 명문대에 보내려면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이의 체력 3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이 이야기를 아토피 아이 문제로 치환시켜보면 할아버지의 재력은 그다지 필요없을지 몰라도
엄마의 정보력은 거의 절대적인 요건이다.
단순히 정보를 주워 모으는 것만이 아니라
그 정보들을 제대로 분석하고 판단하고
옥석을 가릴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글/채경옥 (매일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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