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OHAS Life

일본사람들이 '후루룩' 소리내서 '메밀' 먹는 이유?!

'노도(喉)고시'라는 말을 아시나요?

‘목구멍을 지날 때의 맛’ 이란 뜻으로
일본 사람들은 예로부터 메밀국수의 을 이렇게 불러왔다고 합니다. 
담백하고 고소한 메밀면의 맛을 목구멍으로 느끼면서 먹어야
메밀의 참맛을 안다고 여겨왔기 때문이라네요.  
(이거 풀반장, 오전부터 또 왜 이렇게 아는척입니까, ㅋㅋㅋ)

흠- 그럼 혹시 풀사이 가족 여러분,

왜 일본인들이 "후루룩" "후루룩"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메밀소바'를 먹는지, 그 이유를 아십니까?

그럼, 혹시 일본의 메밀 마니아들은 메밀국수 장 대신
메밀면에 이것을 찍어먹는다는데, 이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 ^  

지금부터 밝혀드립지요.
그럼 해답보러 고고씽~ ` ㅅ '
(해답만 보고 나가기 없기 입니다, ㅋㅋ )


 
일본인과 메밀소바
호쾌하게 먹어야 제맛?


남에게 폐 끼치는 걸 극도로 꺼리는 일본인들. 평소 조용하기 그지없는 그들이 일부러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먹는 음식이 있다. 소바, 그러니까 메밀국수를 먹을 때 일본사람들은 메밀국수 장을 살짝 찍은 소바를 입에 넣고는 “후루룩”하면서 빨아올린다. 소바는 이렇게 ‘호쾌하게’ 먹어야 제 맛이라고 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소바’는 본래 ‘메밀’을 뜻하지만, ‘메밀국수’라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메밀은 오래전부터 일본에서 주식으로 먹었다. 춥고 땅이 척박해서 쌀농사가 어려운 산악지역에서 주로 먹었다. 하지만 죽(소바카유)이나 떡(소바모치), 수제비(소바가키) 따위로 먹었을 뿐, 국수를 만들지는 않았다.
메밀은 국수 뽑기가 어려운 곡물이다. 밀처럼 글루텐이 많지 않다. 메밀가루를 물과 섞어 아무리 반죽을 해도 점성이나 탄력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밀가루처럼 말랑말랑한 덩어리로 뭉쳐지지 않고, 건조하고 쉬 부서진다. 그래서 소바를 국수로 만들 때는 대개 밀가루를 20~30퍼센트 섞는다. 일반적으로 고급 소바일수록 밀가루가 적게 들어가고, 값싼 소바일수록 밀가루를 많이 섞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1 메밀은 국수 뽑기가 어려운 곡물이라 소바를 국수로 만들 때는 대개 메밀가루에 밀가루를 조금 섞는다.

2 메밀소바의 재료가 되는 메밀가루
장소협찬 : 동경(02-548-8384)



에도, 골목마다 소바 파는 포장마차가...
일본에서 메밀을 국수로 만든 소바는 17세기경부터 본격적으로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 오사카와 교토가 있는 일본 간사이 지방에서 소바와 우동이 에도(江戶·도쿄의 옛 이름)에 전해졌다. 우동과 소바가 동시에 전해졌지만, 에도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은 소바였다. 에도의 골목마다 소바를 파는 포장마차가 자리를 잡고 손님을 맞았다. 포장마차에서는 소바에 사케(일본 청주)를 곁들여 판매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낮부터 술잔을 기울여도 큰 흠이 되지 않는 곳이 소바집이라고 한다.

향으로 먹는다구요?  
소바는 흔히 ‘향으로 먹는 면’이라고 한다. 쌉쌀하면서도 고소한 메밀 특유의 향기가 씹을수록 올라온다. 소바만큼은 특히 소리 내면서 먹는 건, 이렇게 먹어야 입으로 소바 면발과 공기가 섞여 들어오면서 메밀 냄새를 더 많이 나도록 돕는 건 아닐까 추측하게 된다. 마니아들은 메밀의 향을 극대화하기 위해 쓰유(메밀국수 장)도 국수 끝에만 조금 묻히거나, 심지어 쓰유를 찍지 않고 소금만 살짝 뿌려 먹기도 한다.

메밀 향을 가장 순수하고 충만하게 즐기는 방식은 국수가 아니라 ‘소바가키’라 주장하는 일본인도 있다. 소바가키는
메밀가루에 뜨거운 물을 붓고 익반죽하듯 만든다. 덜 익어서 텁텁하고 깔깔한 메밀가루 덩어리를 맛있게 먹을 한국인은 많지 않을 듯하다.

모리소바는 뭐고, 가케소바는 뭐지?  
소바는 내는 방식에 따라 크게 ‘모리소바’와 ‘가케소바’로 나뉜다.
모리소바는 소바를 찬물에 씻어서 쓰유와 함께 내는 방식이다. 모리는 일본어로 ‘쌓는다’는 뜻의 ‘모루’에서 왔다. 소바를 대발 통에 담아서 쌓아 올려서 내기 때문이다. 쓰유는 사케와 미림(조리용 술)을 끓여서 알코올을 날린 다음, 진간장과 가츠오부시(가다랭이포) 따위를 넣고 끓여서 우린 국물이다. 가츠오부시 대신 사바부시(고등어포)를 쓰거나, 가츠오부시와 사바부시를 섞기도 한다. 쓰유에는 개인 취향에 따라 다진 파나 무, 와사비, 스다치(라임처럼 생긴 일본산 작은 귤) 즙을 섞기도 한다.

가케소바는 뜨거운 국물에 소바를 말아 내는 방식이다. 뜨거운 국물은 쓰유에 물을 더해 희석하거나, 육수를 섞어 만든다. 가케는 ‘붓다’를 의미하는 일본어 ‘가케루’를 어원으로 한다. 모리와 가케소바에 어떤 음식을 얹거나 곁들이느냐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소바가 만들어진다.
한국에서는 소바를 여름 음식으로 아는 경우가 많지만, 소바는 가을이 제철이라 할 수 있다. 메밀을 가을에 수확하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가을이면 어느 지역 메밀이 어떤 특징이 있는지, 올해 작황이 어떤지, 수확 날짜가 언제인지 따위를 자세하게 소개하는 기사가 잡지에 실릴 정도다.

한국식 쓰유 VS 일본식 쓰유
한국에 소바, 그러니까 일본식 메밀국수가 전해진 건 일제시대로 추정된다. 짧지 않은 세월 동안 소바를 즐기다보니, 일본과는 다른 한국식 소바가 자리를 잡았다. 한국식과 일본식 소바의 가장 큰 차이는 쓰유에 담겼다. 일본에서는 쓰유를 대개 가츠오부시를 넣어 감칠맛을 더하지만, 한국에서는 멸치를 쓰거나 멸치와 가츠오부시를 섞는다. 일본식 쓰유는 짠맛과 단맛이 진하지만, 한국식 쓰유는 훨씬 묽다는 차이도 있다. 일본인들은 소바의 메밀 향을 즐기려고 쓰유를 조금만 찍지만, 국물 좋아하는 한국인들은 쓰유를 육수처럼 소바와 함께 들이키기 때문에 생겨난 차이로 추정된다.

일본에서 소바를 맛보려면
소바를 맛보러 일본에 가보겠다는 분을 위해 도쿄의 소바 명가(名家) 세 곳을 소개한다.
긴자에는 ‘긴노쿠라(吟のくら·81-03-5568-7450)’라는 질 좋은 메밀가루를 제대로 반죽해 뽑은 국수가 촉촉한 느낌이 든다. 미나토구 ‘산고앙(三合庵·81-03-3444-3570)’은 거친 메밀가루를 쓰면서도 국수의 촉감이 부드럽고 향이 좋다. 스기나미구‘혼무라앙(本むら庵·81-03-3390-0325)’은 메밀향 짙은 면발은 어느 곳에 뒤지지 않으나 쓰유는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서울에서 소바 진짜 잘하는 집

-오무라안 : 서울 강남구 역삼동 ‘오무라안(02-569-8610)’은 일본 정통 소바 쓰유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가츠오부시와 사바부시로 뽑은 쓰유가 짜고 진하다. 강원도 봉평 메밀과 밀가루를 7 대 3으로 섞어 면을 뽑는다.

-송옥 : ‘북창동 유흥가’로 알려진 서울 중구 남대문로4가에 있는 45년 역사의 노포 ‘송옥(02-752-3297)’은 한국식 소바의 완성형을 보여준다. 메밀가루와 밀가루를 7 대 3 비율로 섞어 두툼하게 뽑은 국수가 여수 멸치를 듬뿍 넣어 달큰한 감칠맛이 풍부한 쓰유와 함께 낸다.

-동경 :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동경(02-548-8384)’에서도 한국식 소바의 정점을 맛볼 수 있다. 멸치와 다시마, 무, 파뿌리, 양파, 표고버섯, 가츠오부시, 혼다시 등을 우린 쓰유를 쓴다. 국수는 메밀가루와 밀가루를 6 대 4 비율로 섞어 그때그때 삶는다.


글을 쓴 김성윤은 어려서부터 글쓰기보다 음식 만들기를 더 좋아한 사내다.
2000년 <조선일보>에 입사, 국제부, 경영기획실, 산업부를 거쳐 현재 엔터테인먼트부에서 음식 담당 기자로 일하고 있다.


*본 기사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
2008년 가을호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