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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그 맛, <어른의 맛>

어린시절 잘 먹지 않았지만
어른이 되고나선
너무도 맛이있어진 음식들이 있나요?

가까이로는
김치로 시작해
청국장 등등..


지금 생각해보면
왜 이 맛을 몰랐었나 싶은 생각이 들정도인데요.

히라마쓰 요코가 지은
<어른의 맛>이라는 책 속에서도
이렇게 어른이 되서야 비로소 알 수 있는 맛의 요리들을 잔뜩 만나볼 수 있어요.

조금은 담담한 소바.
생와사비가 올려진 평범한 오차츠케.

우리와 식문화가 다른 일본의 요리들이지만
책 속의 설명과 함께 보다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고 하네요.

깊어가는 겨울
한 권의 책과 함께
풀사이 가족분들만의 '어른의 맛'을 찾아보는건 어떨까요?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알 수 있는 그 맛,
<어른의 맛>

순전히 제목에 이끌려 펼쳤는데 목차를 넘긴 순간부터 혀와 마음에 안달이 나기 시작한다. 그런가하면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맛집 소개와는 거리가 멀다. 이런 맛일 거라고 확실하게 짐작되는 맛도 있고 도전히 짐작조차 되지 않는 맛도 있다.  


어쩌다 어른이 되어 느끼는 맛
TV 프로그램 제목이 한 줄의 싯구나 절창보다 더 많은 여운과 생각을 줄 때가 있다. 나에게 tvN <어쩌다 어른>이 그런 경우인데, 토크쇼로 시작해서 강연쇼가 된 이 프로그램의 이름은 강요와 의무만이 가득한 고단한 어른들에게 조금은 헐렁하게 살아도 된다는 다정한 위로가 되는 제목이었다. ‘어른’이란 것이 학교를 졸업하거나 자격이 생겨서 되는 것이 아닌 세계이기 때문이다. 이 책 <어른의 맛>(히라마쓰 요코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도 순전히 제목에 이끌려 펼친 책인데, 목차를 넘긴 순간부터 혀와 마음에 안달이 나기 시작한다.
죄송스러운 맛, 호사의 맛, 납득이 가는 맛, 얕잡아 볼 수 없는 맛, 저녁 반주의 맛, 얄미운 맛, 이래서는 안 되는 맛, 고대하는 맛, 매듭짓는 맛, …. 아직 다 읽지 않았음에도 모든 맛들이 조금씩 혀와 몸 안에서 꿈틀거린다. ‘이런 맛일 거야’라고 확실하게 짐작되는 맛도 있고, 도저히 짐작조차 되지 않는 맛도 있다. 

맛있고 재미있지만 아껴 읽고 싶은 책
낯설지만 섬세한 겨울 해 질녘에 도쿠리 기울이는 소리를 들으며 야금야금 먹는 멍게 초절임은 저녁 반주의 맛, 기름진 음식을 먹어 느끼한 위를 차분하게 달래주는 담담한 소바의 면수는 매듭짓는 맛, 한 밤중에 먹는 평범한 오차츠케 위에 생와사비를 강판에 갈아 넣는 것은 호사의 맛, 아직 사람들이 한창 일하고 있을 오후 4시에 이자카야의 문을 드르륵 열고 들어가 술과 안주를 주문해 취기가 돌만큼 먹는 것은 죄송스러운 맛, 등등.
우리에게는 낯선 일본의 여러 요리가 등장하기도 하지만 음식과 음식의 재료, 그리고 식당과 그 식당 주인의 이야기가 작가의 기억과 얄미울 만큼 섬세하면서도 정확한 감성으로 버무려지는 이 책의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는 맛있고 재미있어서 한꺼번에 읽고 싶다가도, 문득 아까워서 조금씩 아껴 읽고 싶은 그런 책이다. 

혀와 마음과 뇌가 동시에
음식에 살아가는 맛을 더하는 글쓰기로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는 히라마쓰 요코는 맛과 문학을 잘 이어나가고 있는 작가다. 그래서 어른의 맛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맛집 소개와는 좀 거리가 멀다. 화려한 비주얼 없이 오직 기억과 상상과 감각, 그걸 잘 짜서 풀어낸 언어로만 이루어진 이 책은 혀와 마음과 뇌가 동시에 울렁거리는 책이다. 그리고 문득 내가 느낀 ‘어른의 맛’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글들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밍밍하면서도 면발이 툭툭 끊겨 먹는 내내 당황스러운 평양냉면, 소의 피를 끓여서 굳히는 물컹한 선지국, 몇 시간 끓이는 걸 넘어서 하룻밤 고아서 만드는 그 이름도 공포스러운 뼈해장국, 입 안과 코에서 동시에 작은 전쟁이 벌어지는 삼합, 이런 것들은 아이 때는 도저히 맛있다고 느낄 수 없는 맛이었다. 이런 맛들은 혀가 어느 정도 세상의 음식에 단련이 되었을 때, 요리의 재료나 조리법을 이해하고 공감할 만큼 세상사에 대한 경험과 기억이 차곡이 쌓였을 때, ‘어른의 맛’ 이라는 게 생겨나는 것 같다. 

얇고 섬세한 여러 겹의 맛과 감정들
어른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어떤 가르침이나 통과의례 없이 그야말로 살다보니 어쩌다 어른이 된 우리들, 그러나 나이만 들었지 망설임도 실수도 좌충우돌도 많아서 여전히 의젓하고 의연하기 힘든 우리들에게 이 책은 어른이 되어야만 느낄 수 있는 아주 얇고 섬세한 여러 겹의 맛과 감정의 결들에 대해서 시시콜콜, 그리고 무엇보다 다정하게 얘기해준다.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느낄 수 있는 맛들을 하나하나 꺼내서 기억의 구석구석을 건드리는 이 책. 맛있고 고맙다. 

이미지 제공. 바다출판사 

글을 쓴 김은주는 <디자인하우스>에서 책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입으로 먹는 음식을 좋아하지만 글로 읽는 음식에도 군침을 뚝뚝 흘리는 다독가이자 다식가이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웹진 <자연을담는큰그릇[링크]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