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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우사장님 인터뷰 전문을 공개합니다

Editor 이지영 MAKE-UP 이지영



누구나 풀무원 식품에 대한 인상을 갖고 있다. 우선 몸에 좋을 것 같고, 깨끗할 것 같다는 것. 그게 풀무원 식품을 구입하는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 풀무원 식품에 대한 인상은 기업 자체에 대한 신뢰로 이어진다. 이렇게 깨끗하고 건강한 식품을 내놓는 회사이니, 기업 역시 올바를 것이라는 일종의 기대다. 풀무원에 대한 이러한 두 가지 인상은 꽤 오랜 시간 지속되어온 것일진데, 이는 기업의 이미지 마케팅 전략이 적중했거나, 아님 실제로도 그러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둘 다일 수도 있고.

지난 9월 풀무원 남승우 사장은 ‘유엔 글로벌 콤팩트 한국협회’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전 세계에 한국 기업의 위상을 높일 것’이라는 그의 취임 일성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던 것은, 비단 국내 기업들의 현실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남승우 사장의 임용은 기업의 윤리적 경영이 무엇보다 우선시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이는 여러 다른 기업들에게 선례가 되고 있고, 궁금증을 일게 하고, 기대를 품게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기대의 연장선상에 <아레나> A-어워드의 수상 역시 포함되어 있다.

기업 이미지는 기업의 대표에 대한 이미지로도 이어진다. 남승우 사장을 만나기 전 ‘꽤나 편안하고 인자한’ 느낌의 그를 기대했다. 풀무원이 지니고 있는 이미지처럼 깨끗하고 건강한, 마치 바른 마음씨 같은 외모일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실제로 만나본 남승우 사장은 물론 청초하였으나, 꽤나 철두철미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가능한 회사 내 친목을 반대한다”는 의외의 원칙을 내세우는 그에게 “회식은 자주 안 하느냐?” 하고 물었다. “안 합니다.” 그의 리더십이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라 보인다.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하루 스케줄이 어떻게 되나.

오전 5시 40분에 일어난다. 세수하고 이 닦고 스트레칭을 한 5분 정도 하고 6시 15분쯤에 빵이나 떡 두어 조각 정도로 간단하게 식사하고 집을 나선다. 회사로 가는 20여 분의 시간 동안 차 안에서 주로 신문을 읽는다. 회사에 도착하는 시간이 6시 50분. 7시부터 하루 일정 체크에 들어간다. 주로 전날 밤에 이메일로 챙겨 본 것들이지만 또 한 번 점검한 후 SERI CEO에 들어가서 몇 가지 정보를 챙겨 보고, 그런 시간을 30분 정도 갖는다. 그리고 보통 7시 30분에 아침 회의가 있다. 주로 회의를 많이 한다. 어떤 경영자든 마찬가지일 텐데 아마 가장 많이 하는 게 회의일 것이다. 점심은 지하 식당에 내려가서 20분 동안 먹고, 올라와서 오후 4시까지 보고가 있다. 회의와 보고 일정이 끝나면 헬스클럽 가서 한 30분 뛰고, 한 15분간 근육 운동한다. 그리고 샤워는 10분 만에 한다. 저녁 7시면 주로 약속이 있다. 하루 일정은 대충 이러하다.(웃음)

듣기만 해도 숨가쁘다. 수천 명을 이끄는 수장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집에는 대충 몇 시에 들어가나.

오후 9시면 들어간다. 늦어도 10시엔 귀가한다. 10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저녁 때 직원들이 보낸 보고서를 읽고, 체크한다.

SERI CEO를 본다고 해서 하는 말인데, 주로 어느 매체를 접하나.
풀무원의 대표는 어느 곳에서 세상을 읽어나가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침에 출근할 때 <조선일보> <중앙일보>를 본다. 사설 몇 개 챙겨 보는 거다. 그리고 출근해서 SERI CEO에 들어가 본다. 뉴스는 일주일에 두세 번 보나? 그 외에 궁금한 것 있으면 책을 읽는 편이다.

기업 경영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책들도 읽나. 이를테면 문학 좋아하나.

문학은 모르겠고, 역사, 생물학, 심리학에 관련된 책은 여러 권 읽는다. 만화는 예전에 정말 좋아했다. 만화를 어려서부터 많이 보다가 대학교 와서 끊었는데, 1984년인가 <공포의 외인구단>을 빌려서 단번에 다 읽었다. 그렇게 1994년까지 약 10년 동안은 만화를 많이 봤다. 그런 다음 또 만화를 끊었는데, <철판왕> <초밥왕> <신의 물방울> 같은 책들은 다 챙겨 봤다. 아무래도 식품회사를 경영하니까 자연스레 관심이 가더라.

식품회사를 경영하기 때문에 식사 습관 역시 궁금하다. 저녁 식사로는 무얼 먹고 왔나.

김치찜 먹었다.(웃음) 김치찌개, 동태찌개 등등 아무거나 잘 먹는다.

풀무원 식품은 하루에 몇 번이나 먹나.(웃음)

회사에서는 풀무원 칼슘, 비타민들을 챙겨 먹는다.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니까.(웃음) 집에서는 뭐 두부도 자주 먹는 편이고 이것저것 많이 먹는 편이다.

올 한 해를 되돌아본다면 어떤가. 기대 이상의 업적들이 있었을 것이고, 반대로 실망했던 일도 있었을 것이다. 경영자로서, 한 개인으로서 두 가지 모두 대답해달라.
풀무원에서는 10개 정도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동안 어려웠던 미국 사업이 2/4분기에 흑자로 돌아선 것. ‘올가(Orga)’라는 유기농 사업이 4/4분기에 흑자로 돌아선 것이 기뻤다. 오랫동안 적자였던 사업이 흑자로 돌아섰다니, 얼마나 기쁘겠나.(웃음) 개인적으로는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는 것. 그게 가장 기분 좋았던 일이었다. 후회할 만한 건 글쎄… 없는 것 같다.

환경에도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진행하는 사업이 있을 것이고, 개인적으로 실천하는 작지만 커다란 습관들이 있을 텐데.

일단 풀무원에서는 2004년도에 서울 그린트러스트와 함께 뚝섬에 있는 서울숲에 풀무원 숲을 조성해 기증했고, 서울과 인천, 대전 등 5곳의 초등학교에 로하스 텃밭을 조성해 환경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밖에 선덕원 등 사회복지시설의 옥상에도 하늘정원을 만들어 휴식 공간뿐만 아니라 숨 쉬는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개인적으로 실천하는 바는 글쎄… 별것 아닌데, 호텔에 가면 시트를 3일간은 갈지 못하게 한다. 어차피 잠옷을 입고 자니까 3일간 시트를 바꾸지 말라고 하는 편이다. 또 하나 꼽자면, 사우나 가서는 수건 한 장으로 몸을 닦는다. 어차피 난 머리도 없기 때문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수건 한 장이면 가능하다.(웃음)

지난 9월 ‘유엔 글로벌 콤팩트 한국협회’ 초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아직은 익숙한 협회가 아니니 간단한 설명 부탁한다.

유엔 글로벌 콤팩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설립된 세계 최대의 친(親) 유엔 기업 조직이다. 현재까지 전 세계 1백18개국에서 3천2백여 개 기업과 1천여 개 경제·사회 단체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80여 개국에 협회가 설립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9월 17일에 창립총회를 열고 발족했다. 회원사들은 인권 존중, 친환경, 노동권 보호, 반(反)부패 등 4개 부문의 10대 원칙을 경영 전략으로 채택하고 실천 사항을 매년 유엔에 보고하게 되어 있다.

시대가 변하고 있는지라, 당신의 경영 방식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결국은 윤리 경영이 기업의 성공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윤리 경영, 즉 사회적 책임을 이행함으로써 기업이 얻는 이익은 무엇이 있나.

윤리 경영은 크게 공정 거래와 투명 경영으로 압축된다. 공정 거래는 경쟁사 간 담합이나 기업 내부 거래를 지양하는 것이다. 투명 경영은 공정한 거래를 통해 부를 창출하고, 세금을 정확하게 내는 것을 말한다.
기부를 포함, 사회 공헌 활동을 많이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윤리 경영 또는 사회 책임 경영은 어디까지나 여기에 바탕을 두고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하면 뭐가 좋으냐고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러나 얻는 건 생각보다 많다. 일단 기업의 경영이 투명하면 불확실성이 제거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마음 놓고 투자할 수 있으니 장기적으로 주식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 또한 소비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져 브랜드 가치가 증대한다. 이는 곧 매출과 이익이 일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되는 거다.

풀무원은 ‘로하스 선도 기업’으로도 알려져 있다.

로하스를 정의한다면, ‘미래 세대를 위해 개인과 사회의 웰빙을 함께 추구하는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풀무원은 유기농산물로부터 사업이 시작되었으므로, 로하스적 가치를 처음부터 추구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동물 복지’나 ‘녹색 구매’도 다 그 연장선에서 진행된 일이다. 제품의 원료와 각종 사무용품까지 원가의 10%가량 더 비용이 들더라도 친환경적인 소재의 제품을 선택하겠다는 것이 ‘녹색 구매 선포’이고, ‘동물 복지’는 구체적으로는 풀무원의 유정란 제품인 ‘자연란’과 풀무원 계열사인 친환경유통 올가에서 판매하는 정육과 계란에 적용된다. ‘동물 복지’의 경우 EU가 가장 앞서 있는데, 생산성에만 포커싱된 공장식 축산업의 결과물인 고기, 계란 등이 우리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거다. 배고픔, 갈증, 질병, 공포, 너무나 협소하고 비위생적인 사육 공간에서 항생제를 투여하며 생산성을 높이는 공장식 축산의 반자연성, 반생태성은 사실 심각한 문제다.

풀무원은 유기농에 기반을 둔 제품을 주장하지만, 가공식품에 첨가물을 아예 없앨 수는 없을 것 같다. 어디에서 그 해결책을 찾고 있나.

풀무원의 첨가물 원칙은 간단하다. 식품에 맛과 빛깔과 향을 더하고 유통기한을 늘이기 위해서는 화학적 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다. 예컨대 흔히 화학조미료라고 하는 MSG, 또 발색제이면서 보존제 기능도 하는(햄, 소시지에 들어가는) 아질산나트륨 등이 그런 용도로 쓰이는 전형적인 화학 첨가물이다. 풀무원은 원칙적으로 천연 첨가물을 쓴다. 두부를 만들 때 넣는 응고제도 수만 년 동안 자연 정제된 티벳의 암염이라든지 그런 것을 찾아 쓴다.

새로운 시도는 늘 고초를 겪게 마련이다. 지나치게 앞서 간다고 동종 업계에서 질타도 심할 것 같은데.
동종 업계는 모르겠는데 아직 법이 채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사업, 새로운 시도를 함으로써 어려운 일을 겪는 건 사실이다. 이를테면, 주한 외국인에게만 팔게 되어 있던 먹는 샘물이 ‘행복추구권’에 위배된다고 행정소송을 해서 헌법재판소까지 가서 이긴 적이 있다. 그래서 내국인에게도 팔도록 법이 바뀌었다. 또 한 번은 친환경농산물법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기농산물 판매를 하다가 위기를 겪었는데, 그 사건이 계기가 돼서 우리나라도 친환경농산물의 구체적인 기준이 법으로 만들어진 예도 있다. 그것 말고도 자체 농약 검사 시스템, 만주 유기농콩 계약 재배, 법보다 엄격한 완전표시제 적용, 엄격한 자체 첨가물 원칙, 냉장 유통 원칙 등 앞섰다면 앞선 것들이었는데, 풀무원이 하니까 따라 하는 기업도 있고(웃음) 그래서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하기도 한다. 결국은 한국 식품의 질을 높여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고 있다.

보람도 느끼겠지만, 개인적으로 스트레스 또한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다스리는 방법’이 궁금하다. 그게 본인이든, 타인이든.

참는 거다.(웃음) 화가 나지만 좀 참는 거다. 혼자서 씩씩거리며 책상에 앉아 있을 때도 있지만, 주로 참고 넘어갈 때가 많다.

남승우식 리더십을 들려달라. 경영자로서 지키고 싶은 원칙들이 있을 것 같은데.

리더의 정의가 뭔가. 따라올 사람이 있는 게 리더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건 솔선수범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게 아마 리더십의 본질일 테고. 끝까지 지켜나가고 싶은 원칙은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 기쁨 경영’과 ‘바른 마음 경영’이다. 신뢰, 직업적 정직성, 연대의식, 개방성을 바탕으로 한 경영을 말하는 거다. 개인적으로는 꽤 소박한 원칙을 갖고 있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말자’는 것 정도다. 절대적인 걸 믿지 말자는 것 또한 원칙이다. 세계 원리주의, 기독교 근본주의 등등 근본주의를 믿지 않는다는 생각은 있다.

경영자로서 가장 힘든 건 뭔가. 동시에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은 어디에서 찾고 있나.

일이 원하는 대로 잘 안 될 때, 예측이 빗나갔을 때, 어떤 사람이 내가 생각한 것만큼 제 역할을 못 해낼 때 가장 힘들다. 그럴 때마다 참아야 한다는 게 또 힘든 일일 테고. 4년 전 녹즙 파동 났을 때를 예로 들면, 우리는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할 수 없는 거니까 늘 솔직하게 정면 돌파하는 방법을 택하는 편이다. 우리가 잘못한 게 뭔지, 하려고 했던 건 뭔지 그걸 솔직하게 얘기하는 대응 방식을 취해왔다. 위기야 언제든 찾아오는 것이니까.

인재상이 궁금하다. 사람을 볼 때 눈여겨보는 것이 몇 가지 있을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사람이 착한가를 본다. 선한 사람인가를 보는 거다. 그게 제일 중요한 게 아니겠나. 그리고 좋은 인재상이란 주어진 일을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물론 머리도 좋고 심성도 착하고 일도 잘하면 좋겠지만, 우선은 무엇을 할 때 그걸 달성하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야말로 좋은 인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하나. 요즘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능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에 협동해서 일할 줄 아는 사람을 좋은 인재상으로 본다.

조직이 커지면 계파가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인가.

좋아하는 사람끼리 무리를 짓는데, 그게 공개적인 파벌로 드러나는 걸 기업에서는 제일 무서워한다. 정치는 정권을 창출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니 그게 용인되지만, 기업에서는 용납 안 한다. 기업에서는 파벌이 생겼다 하면 즉시 그 파벌의 책임자부터 인사 조치하게 되어 있다. 파벌이 생긴다는 건 그만큼 기업에서 인정할 수 없는 일이니까. 풀무원 역시 동창회, 향우회 등 분파끼리 모이는 걸 못하게 막고 있다. 그건 아마 어떤 기업에서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파벌은 친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친목이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고.
그런 걸 못하게 하려고 한다. 똘똘 뭉쳐서 친목을 하지 말라는 거다.

회식 안 하나?

하지 않는다.

이뤄낸 성과가 많기 때문에 더 하고 싶은 일 역시 많을 것 같다. 경영자의 포부, 개인적인 욕심을 모두 들려달라.

아직도 중간에 있으니까 가야 할 길이 멀다. 사업을 하다 보면 늘 높은 목표를 세우게 되는데, 그래야 도전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러니 스스로 힘들더라도 더 높은 목표를 세우려고 하는 것 같고.


-출처 : 아레나 http://www.arena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