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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300년 전 조박사가 유언으로 남겨둔 QR코드를 스캔하여 착한 라면의 레시피를 해독해낸
   풀반장은 착한 라면을 만들 수 있다고 호언장담한다. 미래인 X와 J의 의심스러운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열풍이 부는 바람 언덕에서 면을 말리고 바다에 나가 비밀스럽게 무언가를
   잡아온 풀반장과 풀군은 드디어 착한 라면을 만드는 데 성공하지만...!
   [지난 에피소드 보러가기] 


“네? 지구연방정부로 가자구요?!” 


지구연방정부에 가자는 
X의 말에 깜짝 놀란 풀반장이 
굳은 얼굴로 딱딱하게 반문했다.   

“지구연방정부로 가.자.니.요? 
         대체 어쩌자는 겁니까? 
         우린 지금 라면사범으로 수배중이지 않나요?” 
“이 사람들이...! 
         라면을 만들어줬더니 이젠 우릴 지구연방정부에 넘기려나 봅니다!

풀군은 풀반장의 어깨 뒤에 몸을 가리고  
X를 향해 호기롭게 주먹을 흔들어보였다. 

“반장님, 어서 피하죠, 우리!” 
“아, 그런 얘기가 아닙니다. 
           이 라면을 들고 지구연방정부를 찾아가서 
           라면이 나쁘다는 선입견에 빠진 
         연방정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자는 말입니다.”

잠자코 있던 J도 한마디 거들었다. 

“저도 X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쫓겨 다닐 순 없으니까요.”
“누구 때문에 이렇게 쫓겨 다니는 건데요. 
            그 이상한 불법 미래라면을 먹자고 우릴 꼬셔놓고는...!”

아옹다옹하는 X와 J, 풀군을 
생각에 잠긴 얼굴로 차례로 건너다보던 풀반장이 
결심한 듯 입을 뗐다.  

“....그럽시다. 
           ‘자연의 맛’으로도 충분히 ‘라면’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지구연방정부에 증명해봅시다!” 

.
.
.

지구연방정부 빌딩 안. 

입구부터 수많은 레이저 총에 겨눠진 채 
번쩍이는 메탈 재질로 이루어진 
연방정부의 복도를 걷고 있는 네 사람, 
풀반장의 손에는 검은 자루가 하나 들려있었다. 

앞장선 X와 J의 한걸음 뒤에서 

풀반장과 말없이 발걸음을 맞춰 걷던   
풀군이 입이 근질근질한 듯 
나지막한 소리로 풀반장 귀에 소근거렸다. 

“반장님, X도 참 간이 큰 것 같지 않나요?  
           바로 이렇게 지구연방정부에 연락을 하다니;;;
           공정한 심판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뭐,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안전장치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안전장치라 하면...?”

둘의 대화가 끝나기 전에 
네 사람과 이들을 둘러싼 연방정부군은 
지구연방정부의 임시라면위원회가 소집된 
대형 홀에 도착했다. 

위원회는 거대한 둥근 홀을 둘러싼 높다란 데스크 뒤에   

사뭇 엄숙한 얼굴로 앉아있었고, 
그 뒤로는 거대한 홀로그램 스크린들이 수 백 개 떠다니고 있었다. 
풀반장이 홀로그램 스크린들을 가리켰다. 

“저게 바로 X가 말한 안전장치인 것 같군요.”

비잉-. 

그 순간,  
비어있던 스크린 속 화면이 전자음과 함께 모두 바뀌었다. 

순식간에 화면 속에 떠오른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 

각양각색의 인종과 성별, 연령대의 사람들이 떠올랐고 
화면 속의 웅성거림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X가 수사대를 흘낏 돌아보며 
속삭였다.    

“저 스크린 속의 사람들이 바로  
         전 세계에서 선발된 배심원들입니다.
         라면사범에 대한 심판 과정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는 거죠.”
"라면사범을 처벌하기 위한 저 시스템이
         되려 우리를 구원할 겁니다."
“아하.. 공정한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안전장치가 바로 저것이었군요.” 
“물론 배심원들도 
         미래사회에서 금지됐던 중독성 라면에 대한 기억이 있기 때문에 
         쉽사리 믿어주진 않을 겁니다. 
         저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겁니다.”

스크린이 켜지자 연방군이 
X와 J를 한쪽으로 데려가 격리시켰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수십 개의 눈동자. 

영혼이라도 꿰뚫을 듯 날카로운 눈빛들이 
홀의 가운데 선 두 사람, 
풀반장과 풀군을 에워쌌다. 

“이건 뭐...콜로세움의 검투사라도 된 기분이네요.” 

풀군이 긴장한 듯 속삭였다.


“그대들이 소명의 기회를 조건으로 자수를 했다는
 바로 그 라면사범들인가?” 



두 사람은 반사적으로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몸을 돌렸지만 
누가 입을 열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풀반장이 “그렇습니다” 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이번엔 다른 위치에서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 발로 걸어들어 왔으니
 소원을 들어주기로 하지.
 그래, 할 말이 무엇인가?”



풀군이 침을 꿀꺽 삼키고 입을 열었다.
긴장한 탓일까?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떨려나왔다.  

“저희 부탁은...그..그러니까...지금 여기서...”  
라면을 끓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순간 사방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라면금지법을 위반한 범죄자가 라면이라....
 재미있군. 그래, 라면을 끓여서 어쩔 셈인가?” 


“그건 차차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장내가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보던 풀반장의 눈에 문득 한 노인의 모습이 들어왔다. 

반쯤 눈을 감은 모습이 졸고 있는 건지 고개를 끄덕거리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허락한다.” 

X와 J가 준비해온 냄비와 조리기기를 
두 사람 앞에 풀어놨다.  
풀군이 냄비에 조심스레 물을 붓고 
레인지를 닮은 미래의 조리기기 위에 올린 후 전원을 켰다. 

보글보글보글보글....

물이 끓기 시작하자 풀군이 준비해 온 면을 반으로 잘라 냄비에 넣었다. 

이곳 저곳에서 “끙!” 하는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조리 과정은 장내에 설치된 대형 모니터를 통해 
4D로 전 세계에 있는 수 백 명의 배심원들에게도 중계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스프도 넣도록 해요.” 

풀반장의 나지막한 주문에 풀군이 
수사대가 직접 만들어온 스프 봉지를 조심스레 뜯었다.  

수술이라도 하듯 신중한 손놀림에 긴장된 적막감이 흘렀다. 

풀군이 건더기스프를 넣은 후 분말스프를 집어 들었다. 

긴장한 탓인지 봉지를 뜯다가 스프를 쏟을 뻔 했지만 다행히 냄비 위였다. 

분말스프를 면 위로 뿌린 후  
봉지를 쥔 손가락들을 비벼 남은 가루를 터는 것도 잊지 않았다. 

파도가 모래를 쓸어가듯 스프 가루가 끓는 물에 쓸려 녹아들어가자 
무색이었던 물이 금세 먹음직한 주홍빛 국물로 바뀌었다. 

누군가가 “후흡..” 하고 심호흡을 했다.  
아주 작게 킁킁 거리는 소리도 들리는 듯 했다.  

장내에 라면 냄새가 서서히 퍼져나가기 시작하자 
보고 있던 위원들의 미간도 함께 찌푸려졌다. 
그것은 혐오감이나 불쾌감의 표시가 아니라 
유혹을 참아야 하는 데서 오는 고통의 표정이었다. 

팔팔 끓는 주황색 거품 밑에서 면발이 익어 풀어지기 시작했다. 
풀군이 젓가락으로 면발을 잘 휘저어 준 다음 
면을 집어 공중으로 들었다 놨다 하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조용히들 하시오!!” 


목소리가 제지에 나섰다. 

“4... 3... 2....1, 됐어, 이제 불을 꺼요.”

모든 재료가 들어가고
4분 30초,

QR코드 속에 담긴 
자연의 맛을 살리기 위한 그 시간이었다.


풀군이 불을 끄고 냄비의 라면을 그릇에 옮겨 담았다. 
꼬들해 보이는 면발과 얼큰한 국물의 조화는 
보는 이들의 오감을 자극해 식욕호르몬인 그렐린을 마구 분비시켰다.  

여기저기서 침을 꼴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랜만에 보는 라면이로군. 
 이제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도탄에 빠뜨린 라면을 
 지구연방정부의 위원회 한 가운데서 끓인 이유를 설명해 보라.”

“먼저 이 라면을 가까이에서 보시죠.”  

연방군 하나가 라면 그릇에 카메라 렌즈 같은 걸 들이대자 
라면 그릇 속의 라면이 위원회가 앉아있는 데스크 바로 앞에 
거대한 홀로그램으로 떠올랐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주홍빛 라면 국물과 
꼬불꼬불한 면이 홀 한가운데 공간에 선명하게 떠오르자 
위원들은 저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켰다.  

“이 라면에 없는 것이 무엇인지 
         한번 맞혀보시죠.” 

위원회가 술렁거렸다. 
덩달아 스크린 속 배심원들도 술렁이기 시작했다. 


“무엇이 없다는 말이냐! 
 금지된 라면과 모양새는 조금 다르다만 
 이 또한 기름이 둥둥 뜬 전형적인 몹쓸 라면......” 


그 순간, 위원회와 스크린 속 배심원들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없어.”


침묵을 참지 못하고 

누군가 한마디 던지자 
봇물 터지듯 수런거리는 위원회와 배심원들! 


“......없는데?” 
“....진짜 없는 건가?”


풀반장이 피식 웃었다. 


“맞습니다. 
         지금 저희가 끓인 라면의 국물을 보셨군요. 
         라면 국물에, 기름이 거의 뜨질 않습니다.

X가 J에게 속삭였다. 

“라면을 한번 끓이면 
         그릇에 묻어나곤 했던 그 기름이 거의 없다니! 
         저거 라면 맞나요?”
“혹시 그 비밀문서에 씌어있던 첫 문장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요?” 
“아하, 그러고 보니...그날 열풍 언덕에서...!” 
“신기하죠? 
         그 이유는, 우리가 만든 라면은....”
면을 기름에 튀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순간 장내가 충격으로 술렁였다. 


“면을 기름에 튀기지 않았다??!!” 


“그렇습니다.” 


“본래 라면이란 밀가루반죽을 입힌 어묵을 
 기름에 튀기는 모습에서 착안해 개발한 것이다. 
 튀기는 것은 라면의 본질!
 어떻게 튀기지 않은 라면이 가능한가?”


풀군이 잠시 뜸을 들인 후 대답했다. 


“바람입니다!” 


“바람이라?” 


“그렇습니다. 
         고온 열풍에 단시간 면을 건조시키게 되면 
         기름에 튀기지 않아도 
         생면 그대로의 질감과 쫄깃함을 유지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면을 기름에 튀긴 뒤,  
 기름이 지나간 구멍에 국물이 배는 것이 
 라면의 기본 공법이다. 
 라면을 바람에 말리면 국물이 배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면과 국물이 따로 노는 느낌은 어쩔 것인가?” 


“구멍입니다!”  
“국물이 면에 잘 배도록 면에 미세한 구멍을 냈습니다.
         그것을 ‘발포공법’이라고 합니다.” 

설명을 듣고 있던 X와 J는 무릎을 쳤다. 

“아하, 그 QR코드에 있던 
         ‘바람은 기름을 이긴다’가 저런 뜻이었군요. 
         그러면 두 번째 문장인 ‘바람은 중력을 거스른다’는 무슨 뜻일까요?” 

그때였다. 풀군이 갑자기 무언가를 공중으로 ‘휙!’ 하고 던졌다. 
그것은 포물선을 그리고 날아가 정확히 라면 옆에 떨어졌다. 


“무엇인가?” 


“찬밥입니다! 
         라면의 별미는 뭐니 뭐니 해도 남은 국물에 
         찬밥을 말아먹는 것이죠.” 

여기저기서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라면의 칼로리는 대략 500칼로리!
 거기에 밥까지 말아먹어 발생한 비만은
 라면을 금지한 또 다른 이유였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건 여러분입니다.
         라면이 고칼로리인 이유가 무엇입니까? 
         바로 기름에 튀기기 때문입니다. 
         튀기지 않은 우리 라면은 과연 몇 칼로리일까요?”
355kcal입니다!
         지금 드린 찬밥 반공기를 말아먹어도 될 정도로 
         낮은 칼로리죠.” 

좌중에서 “아!” 하는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역시!! 8대조 할아버님인 조박사님이 남기신 
         ‘바람은 중력을 거스른다’는 말은 
         밥을 말아먹어도 될 정도로 칼로리가 낮다, 
         즉 몸무게를 가볍게 한다는 뜻이었군요!” 


“그러나 라면의 유해함이 어찌 면뿐이겠는가!!!  
 국물, 즉 스프에 들어가는 각종 합성첨가물과 인공조미료, 
 게다가 다국적라면회사에서 넣은 각종 중독성 첨가물 등등이  
 라면 금지의 가장 중대한 사유였다.” 


목소리는 살짝 힘이 빠진 듯했지만 여전히 위엄이 있었다. 

“그래서 저희는 뺐습니다!”  


“뭘 뺐다는 말인가?” 


“L-글루타민산나트륨! 합성착향료! 탄산수소나트륨! 제삼인삼칼슘! 
         이산화규소! 비타민B1염산염!” 
“바로 라면에 들어가는 대표적인 화학적 합성 첨가물들입니다. 
         바로 이 첨가물들을 빼고 라면의 국물을 끓여냈습니다!


“그렇다면 너희가 만든 건 라면이 아니다. 
 라면 특유의 감칠맛을 내는 조미료들을 빼고   
 어떻게 라면의 맛을 낸단 말인가?” 


위원회의 날카로운 비판에  
스크린 속 배심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는 이들이 제법 많았다. 

풀반장은 대답 대신 손에 들고 있던 자루를 내려놓았다.  

자루의 입구를 풀어 바닥에 기울이자 그 안에서 
표고버섯, 무, 양배추, 당근, 파 등 각종 채소와 
해산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참 후 사람들이 자루에서 시선을 거두려는 순간, 
무언가가 천천히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X와 J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QR코드에 있던 그 문구!”
“옆으로 걷고 또 걸으면
         궁극의 진미를 맛보게 되리라!
         그 문구의 비밀은 바로 저 자루 안에 있었군요!”

자루 속에서 마지막으로 기어나온 생물체는 

바로 
꽃.게.였다! 

“아시겠습니까? 
         저희가 만든 라면은 금지된 라면과 다릅니다.” 
“맞아요. 
         라면의 면을 기름에 튀기는 대신 
         열풍건조 시켜 칼로리를 낮췄습니다.  
         발포공법을 사용해 면에 구멍을 내어 
         국물의 배임성을 높였습니다.”
“얼큰하고 감칠맛나는 라면 국물 맛이요?  
         화학적 합성첨가물로 국물의 맛을 내는 대신 
         표고버섯, 무, 양배추, 당근, 파와 
         각종 해산물, 그리고 꽃게로 국물을 우려내 
         오로지 자연의 맛으로 진정한 라면의 맛을 만드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때 X가 한발 앞으로 나섰다. 

“이 라면은, 
         지구연방정부에서 금지했던 그 중독성 라면과 다른
         착하고 안전한 라면입니다. 
         앞으로 이 라면을 만들어 전 세계인들이 
         라면을 맛볼 수 있게 해주시길 청원합니다. 
         이제 라면금지령을 풀어주세요!
         저희에게 라면을 돌려주세요!” 

그의 말이 끝나자 
일부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놀랍군.”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하지만!” 

마지막 반전을 꾀하려는 듯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몸에서 원한들 혀가 원하지 않는다면! 
 그대들의 라면은 결국 부뚜막의 소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넣지 않은 소금이 짠 맛을 낼 수 없듯 
 혀가 외면하는 라면을 어찌 라면이라 할 수 있겠는가!” 

X와 J의 얼굴에 당황한 빛이 떠올랐다. 

두 사람은 동시에 풀반장과 풀군을 돌아봤다. 

그들과 눈이 마주치자 
풀반장이 씨익 웃음 지으며 입을 열었다. 

“간청하건대,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한번 맛을 봐 주십시오. 
         자연의 맛으로 만들어낸 라면이 
         얼마나 맛있을 수 있는지를 증명해 드리겠습니다.”

“맛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허나! 그 맛에 조금이라도 부족함이 있다면! 
 그대들은 우리 위원회를 농간한 죄로 극형을 면치 못할 것이다!”

순간 X와 J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하던 풀반장이 마침내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자 
풀군도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이윽고 라면이 한 위원의 앞에 놓였다.

라면을 받은 위원이 라면 그릇을 옆 사람에게로 밀었다. 
옆에서 옆으로 전달되던 라면이 마침내 멈춘 곳은
졸고 있는 듯 줄곳 눈을 감고 있던 노인의 앞이었다. 


눈을 감은 건지 뜬 건지 알 수 없는 그 노인이
천천히 라면 한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꿀꺽” 하고 침 삼키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마침내 젓가락에 걸린 라면이 “후루룩” 하고 노인의 입 속으로 사라졌다.  
모든 사람의 눈이 노인의 오물거리는 입에 집중되었다. 

잠시 후...

노인의 감겨있던 눈꺼풀이 번쩍! 하고 크게 떠졌다.

“....그래..!! 
 이게 진짜 자연의 맛이지,
 
이게 바로 라면의 맛이야...”


.
.
.


<에필로그> 

겨울이지만 봄볕처럼 따스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오는 

오후의 풀무원연구소. 
조박사는 “딩동~” 하는 컴퓨터 알림음에 
방금 도착한 메일을 클릭했다.   

“저희는 이곳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덕분에 라면은 완전히 합법화되었으며 저희가 이번에...

 발신 2300년 X월 X일
 수신 2015년 1월 29일


놀란 표정으로 메일을 읽어 내려가던 조박사의 얼굴에 
점점 뭉클하면서도 그리운 표정이 떠올랐다. 

그때 벌컥, 문이 열렸다. 

“조박사님, 저희 왔습니다!” 

왁자지껄 들어서는 그들은 바로 
풀무원수사대 풀반장과 풀군이었다! 

“어서 와요.  
         안 그래도 방금 저의 8대 후손에게서 미래 메일이 온 참인데.” 
“J가 메일을??!! 뭐라고 썼던가요?” 
“이번에 라면바를 개업하게 됐다고 하네요.
         이름도 '자연은 맛있다 - 꽃게짬뽕' 이라던가요.
“허, 그 친구. 조상 덕 한번 톡톡히 보네요.”
“그나저나 라면 얘기하니 라면이 먹고 싶어지네.
         조박사님, 출출한데 새로 나온 라면 좀 끓여주시죠?” 

풀군의 말에 조박사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 ‘자연은맛있다-통영굴짬뽕’~! 
         이게 ‘꽃게짬뽕’만큼 잘 나가는 녀석이랍니다. 하하.  
         인류를 구원하고 돌아온 기념으로 제가 맛있게 끓여드리지요.”

세 사람의 웃음이 햇살보다 눈부시게 빛났다. 



<끝> 


지금까지 풀무원 블로그 연재 미스터리 웹소설 
‘PSI수사대:라면금지령’을 사랑해주신 
풀사이 가족 여러분, 페이스북 팬 여러분, 
그리고 수많은 트친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PSI수사대는 또 다른 수사일지를 갖고 돌아오겠습니다. 

기다려 주실 거죠? >,<  
커밍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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