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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duct/제품 메이킹 스토리

[어묵수사대 Episode 10] 길거리 음식? 아니, 어묵은 과학이다!...완벽한 어묵이 태어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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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묵수사대 PSI Episode 9] 어묵수사대, 일본어묵을 맛보다 (외전)


K는 천천히 마스크와 모자를 벗었다. 
비밀연구소 건물 구석의 말끔한 방이었다. 

함께 들어온 풀반장과 풀군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순살프로젝트>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알 수 없는 
아까 그 여자로 인해 엎어지는 게 아닐까? 


- 후우....

K는 깊은 한숨으로 말문을 열었다.

- 힘든 한 주였습니다. 죄송합니다. 프로젝트 막판에 징계를 받다니..제 불찰입니다.

깜짝 놀란 풀반장은 물었다.

- 일주일이나 징계를 받으신 겁니까? 대체 무슨 일이예요?

K는 풀반장과 풀군을 번갈아본다.
곤혹스러운 눈치였지만, 입가에서 서서히 미소가 떠올랐다.
그 웃음을 보면서 이번에는 풀반장이 당황했다.


- 길거리....포장마차.
- ....?
- ........에서, 어묵을 먹다가 아까 그 여자분, 즉 박조사관에게 들켰지요.
- 엥?
- 박조사관은....내 말을 믿어주지 않았어요. 원리주의자거든요.
  완벽한 어묵을 추구하는 연구원이
  어떻게 합성첨가물 덩어리인 정체불명 길거리 어묵을 먹을 수 있냐며 분개했죠. 
  혀 미뢰가 다 파괴되었을 거라며 절 클린룸으로 보냈답니다. 깨끗한 입맛으로 돌아오라며.

옆에서 잠자코 이 말을 듣던 풀군이 불쑥 끼어들었다.

- 연구원님이 좀 경솔하시긴 했네요. 앗, 죄송합니다.

이번 일본 출장으로 어묵 사랑이 절정에 달한 풀군으로서는 당연한 말인지도 몰랐다.

- 하지만.

K는 웃음이 사라지지 않은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 길거리 어묵을 먹은 이유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어리둥절해 하는 풀군의 얼굴을 뒤로 하고 풀반장이 갑자기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 혹시!!!

깜짝이야. 그 순간 풀반장과 K가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이내 K가 고개를 끄덕인다. 

- 그렇습니다. 완성입니다. 맛도 완벽했지요.


그 말을 들은 풀반장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대체 뭔 소린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앉아있는 풀군 쪽으로 K가 얼굴을 돌렸다.
따뜻한 표정이었다.

- 순살프로젝트, 성공입니다.
  순살 함량은 최대로 높이면서 맛도 뛰어난 어묵이 탄생했습니다.
- 아, 그...그러면!
- 네. 길거리 어묵 시식은 일종의 최종 테스트였던 셈이지요.
  역시 완벽한 어묵 뒤에 맛보니 상대가 되지 않더군요. 


K는 자랑스러운 얼굴로 덧붙였다.

- 이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어묵을 요리해 먹게 될 겁니다. 더 건강하게, 더 맛있게.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세 사람은 서로 얼싸 안았다. K의 가운에는 어렴풋 어묵내음이 배어있었다.

- 가시지요. 그간의 경과와 함께 최종 결과물에 대해 설명 드릴 테니.

이제껏 어두컴컴해 보이기만 했던 연구소 복도가
천국으로 가는....아니, 어묵으로 가는 계단으로 보였다.

복도 끝에서 빛이 흘러나왔다.


<최고의 어묵이 갖춰야 할 5가지 덕목>
- 어묵 고를 때 반드시 체크해보세요! - 

1. 어묵에 '어(魚)'가 있는지 확인해라! 
K: 사실, 어묵이라는 이름, 즉 물고기 어‘魚’자를 붙이기도 창피한 어묵들이 많습니다.
수사대: 역시 생선 함유량의 문제인가요? 지난 번 밀가루 사태 때 듣기는 했습니다만.
             생선이 반도 들어있지 않는 어묵들은 역시 충격인데요. 
K: 양은 물론 생선살의 질도 중요합니다. 어묵에 쓰는 어육에도 등급이 있어요.
    엄격한 자체 기준 아래, 최고등급의 생선살을 씁니다. 그런 살을 70%이상 넣으니
    좋은 맛이 날 수밖에요.
수사대: 흠, 과연. 그 외에 맛을 좌우하는 요소라면 뭐가 있을까요?


2. MSG? 생선‘향’? NO! 엄선된 천연조미료
K: 양념이지요. 조미료와 향신료는 참 오묘한 식재료입니다.
    맛을 돋워주는 것은 물론 보존기간에도 영향을 미치니까요.
    질 낮은 어묵들에서 가장 문제가 도드라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수사대: 화학조미료의 폐해는 익히 들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무첨가’가 많더군요.
             솔직히 어묵은 MSG의 온상 아닙니까? 국물에도 많이 넣고요. 
K: 그래서 이 부분이 참 힘들었습니다.
    일단 MSG에 중독된 입맛은, MSG나 나트륨 기반의 화학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으면
    ‘뭔가 밍밍하다’고 느끼기 때문이지요. 
수사대: ....극복이 어렵습니까?
K: 결국 ‘뛰어나게’ 맛있는 조미료를 찾아낼 수밖에 없었죠.
    예를 들면, 7종류의 생선에서 즙을 우려내 엑기스로 가공해 넣었습니다.
    감칠맛이 뛰어나고 비교할 수 없는 풍미를 지니고 있지요. 


3. 채소도 듬뿍! 신경 써서 넣은 부재료
K: 그리고 이런 천연조미료와 함께 맛의 상승효과를 내는 각종 채소도 엄격한 기준으로 골랐습니다.
    과장도 없지요. ‘양파 어묵’ 이라고 써놨으면 양파 비율은 최소 33.3%입니다.
    ‘두부 어묵’이라면 두부도 그 정도는 들어가는 거죠. 믿을 수 있지 않습니까?
수사대: ....문득 오징어 모양의 일본 어묵이 생각나네요. 오징어 비율이 현저히 적었는데...
K: 적어도 포장지 뒷면을 보고 소비자들이 배신감을 느끼면 곤란하지요. 


4. 120년 전통의 어묵 기술로 재현한 맛
수사대: 그런데,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레시피나 제조과정 역시 중요하지 않나요?
K: ...예리하시군요. 그래서 120년 정통 어묵기업, 일본 후지미츠사의 기술을 수혈 받았습니다.
    에, 빵을 예로 들어볼까요? 프랑스바게뜨에는 밀가루, 물, 소금, 효모밖에 들어가지 않지만
    몽땅 섞는다고 그 맛이 나오진 않지요.
    시제품을 여러 개 만든 후 끊임없이 맛보면서 수정한,
    그야말로 전통 기술과 최신연구의 결합이 이번 프로젝트랄까요.


5. 용도에 따른 식감의 최적화
수사대: 그럼 그 본격적인 기술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특징들이라면 어떤 것이?
K: 일단 입에 들어갔을 때 어묵의 맛과 식감을 좌우하는 사항은 두께와 탄력, 매끈함입니다.
    바스러져서는 안 되겠지요.
    따라서 제조공정에서 수분 함유량, 형태 잡기, 온도변화를 완벽하게 제어합니다.
    물론 해썹 HACCAP 이나 클린룸 등의 채택으로 미생물 발생여부 역시 꼼꼼하게 따집니다
    어떤 온도에서, 어떤 재료를, 어떤 비율로, 어떤 순서로 투입하느냐. 그게 다 기술입니다.
    튀긴 어묵이라면 기름 관리도 중요합니다. 
수사대: ..........들어도 뭔 소린지 잘 모르겠지만 잘 하셨으리라 믿습니다.
            (우물우물. 이미 양파어묵을 씹고 있다) 그런데 이거 그냥 먹어도 맛있네요. 
K: 당연하지요! 어묵 본연의 맛은 살리면서 양파도 듬뿍.
    폭신하고 도톰한 식감을 그대로 살렸으니까요.
    살짝 구워서 간장만 찍어먹어도 화려한 반찬과 안주 부럽지 않달까요.
    결국 <순살프로젝트>의 숨겨진 목표라고 하면, 새로운 어묵 문화 창달이지요. 거창합니까? 
수사대: 네. 거창합니다..............
             하지만 이제 무조건 볶아먹거나 정체를 알 수 없는 국물에 빠뜨려먹지 않아도 되는
            
맛난 어묵이 나왔다는 것은 확실하네요. <순살프로젝트> 정말 성공하셨군요.
K: 자, 드시지요. 
수사대: 실험실에서 먹는 어묵이라.......


수사대의 마지막 말은 어묵을 먹는 소리에 가려 들리지 않았다. 


- 그동안 어묵수사대를 사랑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어묵수사대 PSI : 어묵 누구냐 넌... <완결>]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