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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눈물이 왈칵 쏟아질 음식, 있으세요? 맛의 기억을 다룬 만화 <여자의식탁> [추천 요리만화 #2]

초등학교 때 
외할머니가 놀러오실 때면
센베이 과자를 한아름 사오곤 하셨거든요.

센베이 아시죠?
부채 모양에 파래가 박혀있기도 하고
둥근 모양에 땅콩이 박혀있기도 한, 일본식 즉석과자 말입니다..
전병이라고도 하고 생과자라고도 하죠. (어느맛을 더 좋아하세요? 전 둘다..쿨럭..)

한때는 내가 외할머니를 좋아하는걸까,
외할머니가 한아름 사오시는 센베이 과자를 좋아하는 걸까,
심각하게 고민하는 내용의 그림일기를 쓴 적도 있을 정도로,
저에게 센베이 과자와 외할머니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맛의 기억이 되었답니다. ^   ^ 

지금도 센베이 과자 냄새를 맡으면,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생각나곤 하거든요. ( +_+  파..파블로프의..멍멍이..?)
(후훗. 오늘은 풀반장님 대신 nina+ 입니다.
센베이 얘기 꼭 하고 싶어서 추천만화 코너를 가로채고 들어왔지 뭔가요. 굽신..)


풀사이 가족 여러분도,
맛에 대한 기억.
하나쯤, 혹은 여럿, 있으시죠?

한입 베어무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져나올 것 같은,
10년전, 20년전의 첫사랑과 마주앉았을 때 처음 맛보았던
그 맛과 그 추억이 떠오르는 그런 음식 말예요.  +_+  (저..전 M사 프렌치프라이..ㅇㅇ;;;)  

오늘 추천해드리는 만화는
바로 그런 맛의 기억에 대한 만화랍니다. ' ㅅ ' 



<여자의 식탁>
당신의 식탁에는 무엇을 놓고 싶습니까?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고 식음을 전폐하던 때 자리를 박차고 나오게 한 냄새는 무엇이었는지 기억하는가? 어린 시절 아빠가 사들고 오시던 간식들, 운동회의 유부초밥, 친구와 얽힌 마카롱, 생일상의 카스텔라.
<여자의 식탁>이라는 만화는 마음의 허기를 달래줄 음식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 입 떠 넣으면, 아니 생각만 해도 왈칵 눈물이 쏟아지는 음식이 있는가? 비슷한 냄새를 맡거나 잠시 떠올리기만 했는데도 줄줄이 다른 기억들을 데리고 와 머릿속에 똬리를 트는 그런 음식 말이다. 아마도 누구나 한두 가지쯤은 가슴에 품고 있는 식탁 위 풍경이 있을 것이다. 그게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사람들은 잠시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고는 한다. 때로는 지글거리는 소리에, 때로는 길을 걷다 코를 훅 스치는 냄새를 타고서.



식탁 위에 추억이 놓일 때
시무라 시호코의 만화 <여자의 식탁>(대원씨아이 펴냄)은 사람들의 음식에 대한 그런 기억을 엿보는 경험을 하게 해준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단편으로 각기 다른 인물들을 다루고 있는데, 주인공은 모두 여자들이다.
조숙한 초등학생부터 아이를 키우는 젊은 엄마까지 많은 이들이 나오지만 한편씩 읽어가면서 점점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모두 자신만의 세상을 꾸리며 살아가고 있지만 외로움이 늘 가슴 밑바닥에 깔려 있다. 절대적인 배고픔이 사라져버린 풍요로운 현대 일본의 도시 여자들. 누구보다 많은 요리를 접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끼니마다 세계의 진미를 즐길 수 있는 곳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작은 컵라면이나 편의점 도시락을 들고 작은 식탁에 오도카니 혼자 앉아 있는 날이 많다.
어쩌면 그래서 기억 속의 음식에 더 강렬한 감정을 안게 되었을 수도 있다.


담백하게 우려낸 요리 이야기
운동신경이 형편없어서 어린 시절 운동회 날만 되면 우울했던 유우코는 할머니가 싸주는 유부초밥 도시락만 생각하며 하루를 버티어냈다. 세월이 지나고 운동회 따위 까맣게 잊고 사는 20대를 지날 무렵, 문득 할머니 집으로 찾아가 유부초밥을 해달라고 조른다. 제대로 만들었다가는 종일 걸리는 할머니의 유부초밥 만들기를 거들며 미적대다가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는데, 기다리는 것은 이별통보다. 문득 유우코는 알게 된다.
사실은 이런 일이 생기리라는 예감을 이전부터 해왔다는 것을. 와글거리는 운동장 속에서 느꼈던 슬픔을 가시게 해준 유부초밥을 힘들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먹고 싶어 해온 자신도 발견한다. 첫사랑의 실패와 함께 각인되어버린 오리고기 국수, 어린 시절 친구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자신을 벌하는 존재나 마찬가지인 마카롱, 결혼을 앞두고 떠나야 하는 평생 자라온 집과 떼놓을 수 없는 몬자야키….
이야기 하나마다 요리는 달랑 한가지이고 그나마도 간단한 종류가 대부분이다. 좁은 부엌에서 여자 혼자 만드는 만큼 화려한 재료와 모양새가 등장하지도 않고, 심지어 ‘요리 대결’은 기대할 수도 없다. ‘요리 전문 만화’라는 간판을 달고 나와 프로급 지식으로 중무장한 책들에 익숙해져 있다면 너무 담담하거나 싱거운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음식이란 이래서 먹는 거였지!
이 만화의 미덕은 오랜만에 ‘아, 음식이란 이래서 먹는 거였지’ 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는 점이다. 배를 채우기 위한 밥도 중요하고 놀이 수단으로 즐기기 위한 미식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허기를 달래주는 밥도 중요하다. <여자의 식탁>이 마음의 허기를 단번에 해결하는 특효약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대신 귓가에 조용히 속삭인다. ‘당신에게도 그런 음식이 분명히 있잖아요?’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고 식음을 전폐하던 때 자리를 박차고 나오게 한 냄새는 무엇이었는지, 어린 시절 아빠가 사들고 오시던 간식들, 맛보다는 아픈 마음이 배어있어 입에 대지 않게 된 요리들이 속속 떠오를 터이다. 그런 시간 여행으로 데려가는 계기가 되어주는 만화다.


생일 카스텔라의 뜨거운 김
어린 시절 생일날이 되면 엄마는 옆집의 커다랗고 둥그런 전기 오븐을 빌려 카스텔라를 구워주셨다. 건포도로 ‘축 생일’이라는 글씨가 비뚤비뚤 박힌 카스텔라는 엄청나게 크고 달걀 냄새가 물씬 풍겼다. 생일상 위에 놓일 때까지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어서 구워지는 동안 하염없이 오븐 앞에 앉아있고는 했다. 동네 아이들의 생일 때마다 매번 등장하는 빵이었는데도 뜨거운 김을 뿜으며 나오는 그 순간에는 늘 가슴이 벅찼다. 화려한 장식이라고는 하나도 없지만 최고의 생일 케이크였다. 가끔 그 카스텔라가 그리우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영영 먹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때의 벅참과 기억이 희석될까봐 두려워서다.


글을 쓴 윤나래는 환경에 대한 칼럼과 연재기사를 맡아 쓰며 느리게 살고 있다. 외출할 때면 꼭 자신만의 물통과 에코 백을 챙긴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nin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