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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추억속에 남아있는 그 맛을 찾아서.. 추억을 파는 식당 [풀반장의 추천만화 #1]

한권의 책 시즌 2,
'한겨울 긴긴밤 풀반장이 추천하는 요리만화'

그 첫번째 시간입니다.

혹시, 우리 풀사이 가족분들에게도
어린시절부터 계속 즐겨찾게 되는 단골집이 있으신지요?

이렇게 오랜시간 동안 사랑을 받는 식당들에는 공통점이 있지요.
바로 '한결같이 변하지 않는 맛'인데요.

세월에 따라 유행에 따라 음식맛을 변형하지 않고
오랫동안 묵혀온 장맛과 같이 뚝심있게 그 맛을 유지하는 맛집들은,
시간이 지나도 우리의 기억속에 오랫동안 남게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만화책도
조금은 고집스러울 정도로 '변치 않는 맛'을 고집하는
어느 식당에 대한 이야기
인데요.

제목부터 푸근함이 느껴지는 '추억을 파는 식당'에서
여러분의 추억속에 남아있는 오래된 그 맛을 떠올려 보시는건 어떨까요?



<추억을 파는 식당>
당신의 추억은 어떤 음식입니까?

우리는 다 알고 있다. 맛은 혀로만 느끼는 게 아니라는 것을. 눈과 귀와 코, 그리고 때로는 뇌와 심장도 음식의 맛을 선명하게 감지하고 기억한다. 그리웠던 음식을 다시 만났을 때 가슴 안에 퍼지는 그 벅찬 감정을.
글. 윤나래 자유기고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시나요
김치를 죽죽 찢어 넣고 청국장은 알갱이가 거의 보이지 않도록 으깬 칼칼한 맛의 ‘엄마표 청국장’이 내게는 최고의 청국장 찌개다. 그런데 섣불리 “청국장 찌개요”라고 답했다가 상대방이 요즘 인사동 등지에서 유행한다는 희멀건 하고 깔끔한 맛의 청국장을 떠올리면 어쩌나? 걸쭉하지도 않은 데다 맛소금으로 간한 콩국을 떠올린다면? 생각만 해도 기분이 가라앉는다. 똑같은 요리라 해도 사람들이 떠올리는 맛과 모양새는 제각각이다. 그 이유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한 사람이 살아온 방식과 이야깃거리가 하나씩은 나오기 마련이다. 


<추억을 파는 식당>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처음 이 만화의 겉 표지와 제목을 보았을 때는 그저 심드렁한 마음뿐이었다. ‘추억을 파는 식당’이라니, 혹시 전통 요리만 고집하는 집에 대한 이야기인가? 아니면 옛 기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주방장에 대한 만화인가?
그러나 책을 펼치자 예상을 뒤엎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 만화 <추억을 파는 식당>(학산문화사)을 그린 두 작가, 요시카이 칸지와 니시무라 미츠루는 사람들이 음식에 바라는 종착점을 너무도 잘 포착하고 있다. 그 종착점이란 바로 ‘진심으로 먹고 싶은 요리’다. 눈의 호사를 위해서도, 경쟁하듯 미식의 수준을 겨루기 위해서도 아닌, 가슴 안에서 훈훈하게 퍼져나가는 그런 요리 말이다.


엄격한 주방장 아버지와 조그만 양식당
메뉴라고는 다섯 가지뿐인 조그만 양식당 다이키치. 엄하면서 원칙주의자인 주방장 다이키치는 자신의 일에 큰 긍지를 가지고 있다. 아내가 쓰러진 날에도 가게만 지키던 전형적인 일본 ‘장인’인 그가 생각하는 음식 철학은 언제 먹어도 마음이 따스해지는, 한결같은 맛. 그 맛을 유지하기 위해 달걀 고르는 법부터 불 다루는 법까지 모든 것을 꼼꼼하게 짚어가며 요리한다.
주방장에게는 아들이 둘 있는데, 큰아들 다이요는 일찌감치 아버지의 신뢰 어린 시선을 받으며 엄격하게 지도를 받는 중이다. 작은아들 다이리쿠는 아침에 식당 문을 여는 등 잡일은 도맡아 하지만 주방 근처에만 얼씬거려도 “주방은 놀이터가 아냐!”라는 호통을 듣는다. 요리를 사랑하는 마음만은 아버지나 형 못지 않건만 늘 보잘것없는 일 뒤치다꺼리만 하고 툭하면 야단을 맞는 다이리쿠의 마음에는 서운함이 쌓여간다.
세월은 흘러 성인이 된 형제. 아버지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당연히 가게를 이어받으리라 생각했던 다이요는 요리를 공부하러 훌쩍 미국으로 떠난다. 식당 일에 있어 늘 형에게 밀려 뒷전이었던 다이리쿠는 아내와 딸을 둔 평범한 샐러리맨 가장이 되었다. 머리가 다 자라 만난 형제들 사이에는 시간 이상의 큰 골이 패여 있었다.


변화하려는 다이요와 한결 같은 다이리쿠
어렸을 때부터 늘 같은 메뉴뿐인 식당 일이 지겨웠던 다이요. 아버지가 추구하는 ‘늘 한결같은 맛’은 집착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반항심이 점점 커졌다. 해시라이스에 사워 크림을 조금 넣으면 한결 부드러운 맛이 나지 않을까? 오무라이스의 양파를 푸드 프로세서로 다지면 더 균일한 맛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아이디어로 새로운 맛을 내려 하면 맛이 바뀐다며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 이윽고 다이요는 점점 아버지에게 질려 간다.  한편 어린 다이리쿠는 주방에만 서면 온화한 얼굴로 미소를 가득 담은 아버지의 얼굴을 자랑스러워했다. “다이키치 식당의 맛은 언제 와도 똑같아”하며 함박웃음을 짓는 단골 손님들의 모습도 좋았다. 모두가 행복해하고 먹고 싶어하는 요리 맛을 굳이 바꾸려고 하는 형을 이해할 수 없었다.‘나도 언젠가는 주방에 서고 말 테다’라는 결심을 하며 어깨 너머로 아버지의 손놀림을 보던 다이리쿠.


아버지의 죽음, 엇갈리는 두 형제
그러나 그런 의욕은 형만 챙기는 아버지, 가족보다 주방을 더 우선시하는 것처럼 보이는 옹고집쟁이 장인 정신에 눌려 어느 새부턴가 색을 잃어갔다. 그러나 아버지에 대한 미움은 제쳐두고, 다이리쿠의 마음속에서 언제나 다이키치 식당은 자랑거리였다. 그렇게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진심으로 먹고 싶은 요리를 만드는 식당은 요즘 어디서도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요리의 기본을 무시하고 오로지 화려한 모양새와 잔재주로만 꾸민 요리들이 번성하는 시기기에 더욱 그렇다.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 식당 일을 모른 체하고 유학 후 자신만의 퓨전 레스토랑을 개업한 형에 대한 경멸에 다이리쿠는 결국 아버지와의 절연을 택하고 만다. 식당에 대해서도 애써 무관심을 가장하며 일상에 충실하던 어느 날, 모든 게 변해버릴 사건이 일어난다. 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
다이요는 이참에 낡은 식당을 없애고 그 자리에 자신의 레스토랑 <요즈 키친> 2호점을 내려 한다. 그러나 다이키치 식당이 사라지는 걸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다이리쿠는 자신이 주방에 서서 아버지의 맛을 이어가리라 결심한다. 생각지 못한 동생의 도전에 다이요 또한 당황한다. 요리는 늘 연구하며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다이요, 요리는 혀뿐 아니라 마음으로도 먹는 것이라 주장하며 한결같은 맛을 지키려는 다이리쿠. 철학의 차이처럼 둘 사이는 틀어져만 간다.


정성어린 요리로 피어나는 추억들
이 만화는 화려한 조리법도, 색다른 요리도 내세우지 않는다. 물만두, 볶음밥, 초밥, 라면, 해시라이스(하이라이스)처럼 지극히 평범한 요리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등장 인물들에게 요리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살면서 잊을 수 없는 순간에 맛있게 먹었지만 두 번 다시 같은 맛을 볼 수 없었던 요리. 유명하다는 집을 다 찾아 다니면서 먹어도 그 순간에 먹은 맛은 아니다. 심지어는 같은 음식점에서 먹어도 어딘가 맛이 변했다. 그 때 느끼는 허전함과 상실감. 그러나 누군가 그 맛을 물어봐도 추상적으로밖에 설명해줄 수 없기에, 똑같은 맛을 재현해내지 못한다 해도 남의 탓을 할 수도 없지 않은가. 옆에 서서 이 재료 몇 그램, 저 재료 몇 그램 하는 식으로 받아 적었다 치더라도 온갖 변수에 따라 변하는 게 요리의 맛이니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사람들이 마음속에 간직한 추억의 맛을 다이리쿠는 재현해내는 능력이 있다. 때로는 설레는 추억담처럼, 때로는 넋두리처럼 늘어놓는 ‘추억의 맛’에 대한 이야기들. 그 이야기 속에서 다이리쿠는 재료와 맛에 대한 힌트를 얻어낸다. 이야기하는 주인공의 성격과 살아온 과정, 그 추억의 요리를 만들어주었을 사람에 대한 정보를 토대로 말이다. 거기에 추억의 맛을 재현하려는 집념과 정성이 더해짐은 물론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남편을 위해 끓여주었던 묵묵한 아내의 뜨거운 생선 국물, 마음껏 사랑해주지 못했던 후처의 자식을 볼 낯이 없어 몇 시간이나 문간을 서성였던 아버지가 건네준 초밥, 가정 폭력을 피해 집을 나가면서 아들을 위해 손수 만든 어머니의 즉석 라면, ….
사람들은 다이리쿠가 재현해 준 추억의 요리를 먹고 두 번 눈물을 흘린다. 한 번은 드디어 그 맛을 다시 만났다는 감격에, 또 한 번은 그 요리를 해준 사람들이 담았던 마음을 헤아린 회한에 말이다.


그리운 순간을 요리하자
한 동네에서 가족처럼 자랐던 친구들. 초등학교 때 친구들의 생일날이면 어머니들은 꼭 아침부터 모여서 큼지막한 케이크를 만들어주셨다. 말이 케이크지, 사실은 건포도를 군데군데 박아 넣은 커다란 밀가루 찐빵이었다. 지금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커다란 전기 찜통에서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과 함께 등장하던 그 커다란 생일 케이크. 우리는 매번 똑같은 모양의 빵이 등장할 줄 알면서도 그 달콤한 김을 조금이라도 먼저 쐬고 싶어 찜통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고는 했다. 지금도 그 빵을 조그만 손으로 가를 때의 두근거림, 빵에서 올라오던 김의 향기, 씹었을 때의 쫀득하면서 부드러운 맛이 선명하다. 아마도 한 해에 열 댓 개씩 그 케이크를 쪄내시던 어머니는 더 잘 기억하고 계시리라. 이번 주말에는 한번 그 ‘추억의 맛’을 재현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핑계 삼아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들도 불러 모으면 더욱 좋겠고.



<추억을 파는 식당>에 등장하는 요리들


해시라이스
원래 해시라이스는 정성 들여 오래 끓인 데미그라 소스가 있어야 제 맛을 낸다. 우족과 각종 야채, 향신료를 볶아 익힌 후 물을 붓고 최소한 여섯 시간은 끓여서 걸러내는 것. 보통 이 과정을 생략시킨 것이 ‘하이라이스’라는 이름으로 즉석 레토르트 식품 코너에서 팔리는 상품.

초컬릿 드링크
우유를 뭉근하게 끓이면서 순수 카카오 성분 함량이 높은 초콜릿을 녹인다. 거기에 고춧가루를 아주 약간 넣어 몸을 후끈하게 하는 초콜릿 드링크.
고추의 캡 사이신 성분이 카카오 폴리페놀 성분과 상승 작용을 일으켜 활력을 준다.

콩비지 크로켓 샌드위치
두부가게나 콩비지 가게에서 그냥 나누어주기도 하는 물기 없는 비지. 그 비지에 간을 해 밀가루와 빵가루를 묻힌 후 튀기거나 구워낸다. 칼로리는 적으면서도 비지가 마치 크림 같은 부드러운 맛을 낸다. 식빵 위에 얹어 먹으면 훌륭한 한 입 음식.

달걀 볶음밥
조미료나 곁들임 재료를 넣지 않고 싱싱한 달걀과 밥만으로 만든 볶음밥. 밥을 볶다가 달걀을 넣는 게 아니라 달걀 물에 미리 찬밥을 풀어 놓은 후 볶는다. 이러면 기름 흡수량도 적고, 밥알과 달걀이 잘 어우러진 예쁜 노란색의 볶음밥이 완성된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