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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내로라하는 쉐프들이 말하는 소금 이야기 - "소금은 요리의 알파이자 오메가"

얼마전 영화관련 TV프로그램을 보다보니
송강호, 신세경 주연의 영화 <푸른소금>을 소개하더라구요.

그 중 풀반장을 사로잡은 영화 대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3가지 소중한 금'에 대한 것이었는데요.

여기서 잠시 퀴~즈~!!
풀사이 가족분들은 신이 인간에게 준 '3가지 금'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후후.. 저도 궁금해서 한번 찾아 봤답니다.

첫번째는 부를 이루라고 준 '황금'
두번째는 건강하라고 준 '소금'

마지막으로는 늘 행복하라고 '지금' 이라고 하네요.

3가지 금들 중에 어느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은 없겠지만
저는 풀반장 답게 '소금'이 가장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너무 많이 먹으면 안되지만 부족하면 살 수가 없는 '소금'

우리 풀사이 가족분들은 소금에 대해 얼만큼 알고 계시나요?

"풀무원 토판염 숨쉬는갯벌이요~!!!" 라고 외쳐주시는
센스만점 풀사이 가족분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는데요.

오늘은 소금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내로라하는 쉐프들이 말하는 소금~!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나왔을까요?

 
    세상 최고의 맛, 소금에 대한 고백


  셰프에게 소금은 요리의 알파와 오메가다. 소금이 음식 재료에 숨어있는 각각의 맛을 끌어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금으로 자유롭게 ‘간 잡는’ 날은 베테랑 셰프가 되어야 가능하다.
  내로라하는 셰프들이 털어놓는 소금에 대한 낭패의 기억, 그리고 속내.



“설탕이오!”
‘차오’를 쥔 남자의 왼손 전완근이 꿈틀거린다. 중국요리에 사용되는 둥근 프라이팬인 ‘차오(炒)’는 보통 1kg이 넘는다. ‘초(炒)’는 ‘볶는다’는 뜻이다. 전완근은 손목과 팔꿈치 사이 근육으로, 악력을 좌우한다. 잡고 당기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전완근이 발달할 수밖에 없다. 뽀빠이의 가는 팔과 거대한 전완근을 기억하는 사람이면 매일 차오를 드는 요리사의 굵은 전완근을 보고 고개를 끄덕일 게다.

“설탕 대신 소금을 넣었네. 다시요!”
1990년대의 어느 여름날, 중국 식당 주방에는 아직 냉방시설이 없었다. “설탕이오!” ‘시다’(식당의 막내)로부터 설탕을 건네받은 남자의 왼손 전완근이 다시 꿈틀거리며, 전완근에 맺힌 땀 한 방울이 냄비에 떨어지려 하자 남자는 잽싸게 손으로 땀을 훔쳤다. 완성된 탕수육 소스를 넘겨받은 여경래 주방장이 완성한 탕수육을 접시에 담았다. 그날 여 주방장이 탕수육 소스의 간을 맛보지 않았다면, 지배인으로부터 치도곤이 떨어졌을 게다. 설탕 대신 소금이 듬뿍 들어간 짜디 짠 탕수육을 먹은 손님이 지배인에게 항의하는 상황은 중식당 주방에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시나리오다. “설탕 대신 소금을 넣었네. 다시요!”


요리 초보, ‘이중간’은 어려워
10여 년 전 에피소드를 떠올리며 여 주방장은 슬몃 웃었다. 그는 지금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 중식당 ‘홍보각’ 주방장이다. “조미료 준비할 때 소금통과 설탕통은 왼쪽, 오른쪽에 구분해 놓는데 요리를 막 하다 보면 착각할 때가 있죠.” 
여 주방장은 올해 요리사가 된 지 36년이 된다. 그의 요리 인생을 보면 ‘간의 역사’가 보인다. 여 주방장은 지금과 같이 고운 재제염이나 질 좋은 천일염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전했다. “고운 소금 같은 건 없었어요. 맛소금은 있었죠.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대부분 소금이 회색빛이었죠. 굵은 소금이 많았고요. 피망이나 팽이버섯도 재배되지 않던 시절이었죠.”
여 주방장이 소금을 쓰는 빈도와 양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저염의 시대’로 식문화가 접어든 게 첫째 이유다. 나트륨 과다 섭취가 고혈압, 심장병 등 성인병의 원인이 된다는 견해가 점점 힘을 얻는다. 둘째, 간하는 방식이 다양해졌다. 간장과 소금 외에 굴 소스로 간을 하는 일이 요새 잦다. 요리를 막 배우던 여 주방장을 괴롭히던 건 ‘이중간’이었다. “국물 요리를 한다고 쳐요. 우동을 끓이는데 국물 간을 딱 봤는데 맞게 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간이 딱 된 국물을 우동에 붓고 나니 손님이 싱겁다는 거야. 국물 간은 맞지만 국수에 중화되면서 전체적으로 싱거워지는 거에요. 국수요리를 간할 땐 면을 생각해서 해야죠. 그걸 ‘이중간’이라고 부릅니다.”


소금으로 자유롭게 ‘간 잡는’ 날
‘한식당 달고나’의 김정훈 요리사가 요새 피로한 것도 ‘간 때문’이다. 그는 이미 ‘이탈리안 비스트로’를 표방한 ‘달고나’로 입소문을 탔다. 6월 13일 문 연 한식당 달고나에서 새로운 과제를 만났다. 김 요리사는 생선찜 요리를 위해 매일 노량진에서 조기를 산다. 생물 생선의 ‘간 잡는 일’이 그를 괴롭힌다. 말린 조기면 고민할 일이 없다. 소금을 많이 쓰면 된다. 그러나 그가 하려는 건 생물 조기찜 요리다. “생선 찌는데 간이 짜도 안 되고 그렇다고 간이 심심하면 재료 본연의 맛이 안 나죠. 적당한 간이 나와줘야 하는데 것 참. 13일 새로 문 열기 직전까지 간 잡는 문제가 나를 괴롭게 만들었어요.”
해법은? 생선찜을 한번 만들 때마다 스마트폰에 사용한 소금 정량을 기록했다. 예비 손님들이 맛을 본 결과를 차곡차곡 정리했다. 전남 신안의 천일염을 갖고 자유자재로 ‘간 잡는’ 날이 왔다.


재료 맛을 끌어내는 소금의 힘!
여 주방장이나 김 요리사에게 소금은 요리의 알파와 오메가다.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미각의 제국>에서 “소금은 음식 재료에 숨어있는 각각의 맛을 끌어내는 노릇을 한다. 따라서 소금이 없으면 맛도 음식재료 덩어리 저 너머에 움츠리게 된다”고 썼다.  소금의 역할이 단순히 짠맛을 더하는 게 아니란 취지다. 서양의 일급 요리사들이 짠맛 외에 풍부한 감칠맛으로 음식의 풍미를 더하는 ‘게랑드 소금’같은 고급 소금을 고집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게랑드 소금은 프랑스의 대서양 연안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이다. ‘플뢰르 드 셀(소금의 꽃)’이라 불릴 정도로 풍미가 섬세하다. 대신 비싸다. 식문화가 섬세한 서양에서 다양한 소금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죽기 전에 꼭 먹어야 할 세계음식재료 1001>에는 게랑드 소금 외에 영국의 ‘맬든 소금’, 미국과 덴마크의 훈제 천일염, 인도의 소금 ‘칼라 나마크’ 등이 소개되어 있다.


천일염, 암염, 자염, 그리고 토판염
식당가와 음식에 관심 많은 가정에서 소금에 대한 관심이 높다. 소금 잘 먹기가 화두다. 전기적으로 생산되는 기존 재제염을 벗어나 천일염, 암염, 자염, 토판염 등 다양한 소금 제품 판매량도 는다. 순수한 염화나트륨에는 없는 감칠맛이 이들 소금에 존재한다. 마그네슘처럼 쓴맛을 내는 미네랄은 문제지만, 다른 미네랄 성분은 단맛과 감칠맛을 보태준다. 토판염은 천일염의 일종으로 고무 장판이 아닌 천연의 갯벌 바닥에서 생산된다. 풀무원의 ‘숨쉬는 갯벌’이 토판염에 해당한다. 천일염이 만능은 아니다. 구이, 졸임, 국 등 요리에 따라 천일염보다는 죽염이나 자염이 더 어울릴 경우도 있다. 그러나 햇볕, 바람, 섬세한 정성이 만드는 좋은 천일염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적지 않은 요리사들이 ‘한국의 게랑드 소금’이 충분히 생산될 수 있고 생산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성경에서 소중한 존재를 ‘빛과 소금’으로 비유한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소금은 식탁의 ‘빛과 소금’이다. 도움말 그랜드 앰배서더 호텔 ‘홍보각’ 여경래 주방장(02-2270-3141), ‘한식당 달고나’ 김정훈 요리사(02-323-2125)

 


 글을 쓴 고나무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한겨레> 주말섹션 <esc>, 정치부 등을 거쳐 지금은
 주간지 <한겨레21>에서 글을 쓴다. 요리보다 요리사, 요리사보다 요리사의 인생 이야기로 관심사가
 자꾸 새서 걱정이다. 빌 버포드의 <앗 뜨거워> (해냄)같은 르포르타쥬를 기자를 그만두기 전에 쓰는 게
 목표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