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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옛 조상들의 친환경 냉방용품? 담양에서 온 '쿨~'한 죽부인

폭염와 열대야,
에어컨과 선풍기로만 해결책을 찾고있지는 않으신지요?

에어컨과 선풍기가 시원한 것은 사실이지만
올 여름은 '옛 것이 좋은 것이야~'를 외치며
옛 조상들의 현명하고 친환경적인 냉방용품(웅?)들을 선택
해 보시는건 어떨까요?

모시적삼
합죽선
탁족
대나무 돗자리
죽부인!


이중 죽부인은 유례없는 무더위 탓에 다시금 주목을 받으며
대형 마트 등을 통해 얼굴을 비추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많은 집에서 '쿨'한 여름을 위해 선택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죽부인에도 역사와 의미가 있다는 사실~!
죽부인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좋은 죽부인을 고르는 법이 담긴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의 기사를 한편 가져와 봤습니다.

올여름을 '쿨'하게 보내기 위한 노하우를
'죽부인'에서 찾아보는건 어떨까요?


 
  담양에서 온 죽부인
  뜨거운 여름은 ‘쿨’한 부인과 함께!

  삼베 홑이불을 씌워 이 부인을 가슴에 품고 한 다리를 척 걸치고 자면,

  한여름 밤도 비교적 시원하게 잠들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부인, 도대체 누구냐고요.




매년 여름 문턱에서 마주하는 풍경이 있다. 올여름 폭염과 열대야가 잦을 것이라는 기상청 발표와 함께 타이밍도 절묘하게 휴대전화로 에어컨 할인 광고가 날아오고, 벌써 선풍기가 거실에 떡 하니 자리 잡았고, 인견과 삼베이불을 덮고 잔다. 비교적 더위를 덜 타는 나와 달리 남편은 조금만 더워도 난리법석이다. 나갔다 오자마자 샤워하고, 얼음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잠자기 전까지 선풍기 붙박이로 산다. 나는 남편에게 난리법석을 떨면 더 더우니, 가만히 앉아있어 보기를 권하면서 겉으로는 의연한 척 하지만, 속으로는 매년 같은 고민을 한다. ‘에어컨을 살까 말까….’


사계절 다용도 죽부인? 

지난 여름, 같은 고민을 하다 내가 남편에게 안긴 것은 쿨한 부인, 죽부인이다. 에어컨 없이 잠을 못 자는 친구가 효험을 보았다고 하는 말을 듣고 샀다. 남편은 그나마 죽부인에 기대어 여름을 났고 여름이 지나자 베란다에 걸어두고, 가을에 감을 걸어 말리거나, 겨울에 귤 껍질을 망에 넣어 걸어두는 용으로 사용했다. 다른 얘기지만, 죽부인을 침대 머리맡에 잘 걸어두면 인테리어 소품으로 괜찮다. 용도 전환했던 죽부인을 다시 내려 먼지를 닦아서 다시 남편 품에다 안겼다.


또 다른 이름은 ‘더치 와이프’

이름부터 재미있는 죽부인은 중국에서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나라 때는 ‘죽협슬’, 송나라 때는 ‘죽부인’으로 불렸고 영어로는 ‘더치 와이프(Dutch Wife)’라고 불리는데, 그 이유는 네덜란드령 인도네시아에서 일하던 네덜란드인 무역업자로부터 처음 유럽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죽부인(竹夫人)은 ‘부인(婦人)’이 아니라 ‘부인(夫人)’으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삼베 홑이불을 씌워 죽부인을 가슴에 품고 한 다리를 척 걸치고 자면, 땀이 나거나 끈적끈적함 없이 한여름에도 비교적 시원하게 잠들 수 있다. 죽부인은 대나무의 찬 기운을 이용해서 만든 데다가 구멍이 뻥뻥 뚫려 있고 안이 비어 있어 시원함이 유지된다. 둥글고 약간의 쿠션감이 있어서 누워서 안고 자기에 알맞다.
선풍기, 에어컨 없던 시절에는 모시 적삼에 합죽선, 탁족, 대나무 돗자리와 죽부인 등이 최고의 피서방법이었다. 자식이 노부모에게 죽부인을 선물하는 것은 ‘효도’라고 알려져 있었다. 다만, 죽부인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주로 남성의 전유물이었으며, 그것도 주로 집안의 가장 웃어른만이 죽부인을 둘 수 있었다. 부모가 쓰던 죽부인은 자식이 쓰지 못하고 불에 태웠다.


대를 고르고, 닦고, 쪼개고, 뜨고, …

죽부인은 담양 제품을 으뜸으로 친다. 잘 알려졌듯이 담양은 대나무의 고향이다. 담양의 어느 곳에 가든 온통 대숲이다. 담양은 죽세공예가 발달하여 담양에는 죽세공예에 종사하는 장인만도 1,000여 명이 훨씬 넘고, 죽공예품도 70여 종에 이르며, 담양장은 전국 각지로부터 죽세품을 구하러 오는 상인들로 붐빈다.
죽부인은 사람이 껴안고 자는 것이라 조심스럽게 만들어진다. 일단 대나무 구해오는 일이 큰일이다. 대는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3년생 왕대가 안성맞춤이다. 여름 대는 나날이 윤기도 떨어지고 팡이가 나게 마련이어서 사용하지 않는다. 까다롭게 가려 좋은 대로 만든 죽제품은 오래 쓸수록 색깔이 편해지고 윤이 난다. 죽부인에 쓸 대를 골라 다듬고 두께와 너비, 길이를 일정하게 자른 뒤 겉대만 뽑아내 만든다. 겉대로만 만들기 때문에 쓰면 쓸수록 광이 나서 옛날 어른들이 오래도록 사용한 죽부인을 보면 코팅해놓은 것처럼 반질반질하다. 그렇게 뽑아낸 겉대로 육각형 벌집 모양의 구멍이 나도록 성글게 짠다. 못이나 철사를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살결이 닿을 때 감촉이 좋고, 가시에 찔리는 일이 없게 하기 위해 공정이 까다롭고 잔손이 간다. 이음매가 보이지 않아야 보기에도 좋고 만지는 느낌도 좋다. 땀에 씻기거나 묻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숯을 지져서 색을 내는 것 외에는 칠 등의 가공을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대를 고르고, 닦고, 쪼개고, 뜨고, 조름을 빼고, 15번의 수작업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된다. 모든 작업을 손으로 하기 때문에 아무리 해도 하루에 15개 이상 못 만든다고 한다.


보송보송한 삶만 고집하지 말자

죽부인이 노골적으로 시원함을 준다기보다 땀으로 인한 끈적거림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수 있어서, 냉방기를 사용하더라도 보조기구로 사용해볼 만하다. 너무 시원하고 보송보송한 삶만 고집하지 말자. 지구 온난화 시대를 사는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지구 온난화를 막을 궁리도 해야 하지만, 점점 더워질 것이 확실한 날씨에 적응한다는 생각으로 에너지 의존적 삶에서 서서히 탈피하는 것이 불확실한 미래, 그런 미래를 살아가야 할 아이들을 위한 투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에어컨을 틀더라도 우리 ‘인간적으로’ 카디건 입을 정도로 에어컨 틀지는 말자.


괜찮은 죽부인 한눈에 알아보기

시중에 중국산이 많지만, 괜히 싼 맛에 샀다가는 금방 망가질 수도 있고, 꺼끌꺼끌해서 피부에 안 좋으니 이왕 사려면 제대로 된 것(튼튼하고, 매끄러운 것)을 사기를 권한다. 크기는 대, 중, 소로 나오는데, 중(中) 사이즈가 무난하다. 푸른 빛이 도는 청대도 있고, 염색처리한 죽부인도 나오는데, 대나무 고유의 내추럴한 색이 가장 좋겠다.


글을 쓴 김연희는 생활 속의 생태, 환경 이슈를 주제로 글을 쓰는 에코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에코 블로그(
http://ecoblog.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잘 생긴 녹색물건, 지구를 부탁해>를 썼다.


문의ㅣ담양죽세공품 쇼핑몰
http://www.bambooshop.co.kr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