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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한폭의 그림처럼 강렬한 티히티의 아름다움... <프렌치 폴리네시아> 재래시장

풀무원 사외보 <세계의 재래시장>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세계 각국의 다양한 모습을 접하고 있는데요.

후아~ 오늘 소개해드릴 이곳처럼
감탄이 절로 나오는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은 처음
이네요~

바로 티히티로 유명한 '프렌치 폴리네시아' 인데요. 에메랄드 빛 바다와 그 위에 위치한 수상가옥~ 그리고 그 곳을 감싸 안은듯한 푸르름 가득한 산과 구름까지... 지상낙원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곳이라는 평을 받는 이곳에도 '재래시장'이 있는데요. 지금까지 설명드린 내용 만으로도 궁금증이 마구마구 샘솟지 않으시나요? ㅎㅎ 지금 떠나보시죠~

 
 아네트 베닝만큼 고혹적이고, 고갱의 그림처럼 강렬하다
 프렌치 폴리네시아

타히티(Tahiti)는 눈부시다. 고갱의 영감이 응축된 화폭 안에서도, 아네트 베닝이 돋보이는 영화 <러브 어페어>의 화면 속에서도, 경비행기를 타고 남태평양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순간에도 타히티는 도저한 아름다움을 뿜어낸다.

그 천상의 미를 간직한 곳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재래시장이었다. 지상낙원에도 사람들이 도타운 정을 나누는 시장은 어김없이 자리하고 있었다. 본격적인 타히티 여행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타히티의 정체성에 관해서다.
 
 흔히 타히티로 통칭되지만 정확한 국가명은 사실 프렌치 폴리네시아(French Polynesia)다. 모두 합쳐 118개의 섬들로 이뤄져 있는데 타히티는 모레아(Moorea), 보라보라(Bora Bora) 등과 더불어 이 나라의 대표적인 섬 이름이다. 수도는 타히티 섬의 파페에테(Papeete). 프렌치 폴리네시아 여행의 관문으로 모레아와 보라보라를 비롯한 주변 섬으로 가려면 이곳을 거쳐야 한다.


1 영험한 분위기의 산들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포시즌 보라보라의 수상 방갈로. 곱고 투명한 바다에 언제든지 뛰어들 수 있다. [사진 : 노중훈]


불시착이 안겨준 대자연의 감동
타히티 섬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내내 머릿속을 맴돈 것은 오래 전 보았던 영화 <러브 어페어>였다. 기억의 더듬이는 아네트 베닝의 고혹적인 자태를 거쳐 짧지만 확실한 인상을 남긴 영화 속 타히티의 풍경으로 옮아갔다. 어느 쪽을 떠올려도 몽환적이었고, 오랜 상상이 현실이 된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부풀었다. 아득한 정신을 수습하니 어느새 비행기가 환상의 섬을 향해 하강을 시작하고 있었다. 워런 비티와 아네트 베닝이 주연을 맡은 <러브 어페어>는 고색창연하다. 운명적 만남과 어긋난 약속, 감동적 재회라는 멜로 영화의 오래된 컨벤션을 충실히 따른다. 이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가 세 번이나 리메이크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은 우연(偶然)이 예비하고 필연(必然)이 간섭하는 단 하나의 사랑을 누구나 한 번쯤 꿈꾸기 때문이다. 비행기와 유람선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주는 묘한 긴장감도 그렇지만, 고갱의 그림처럼 강렬한 타히티의 풍광 역시 영화에 몰두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2, 3, 4 1978년에 설립된 타히티 섬의 역사박물관. 타히티 섬과 인근 섬들의 문화, 역사, 지질학에 관련된 방대한 전시물을 소장하고 있다. 특히 타히티와 남태평양제도에 살았던 마오리족의 생활상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항공사에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비행기야말로 가장 폭력적인 이동 수단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좌석에 앉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귀찮을 정도로 여러 번의 확인 과정을 거쳐야하며, 신체 구조를 무시한 좁은 공간(비즈니스 클래스는 예외지만)에 몸을 구겨 넣어야 한다. 안전이라는 ‘절대 권력’ 앞에 이동의 자유는 차압당하기 일쑤다. 그래도 홀로 비행기에 오를 때면 옆자리에 눈길이 쏠리기 마련이다. 짧은 순간 미지의 인물에 대한 궁금증이 도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마이크 갬브릴(워런 비티)과 테리 멕케이(아네트 베닝)에게도 비행기가 문제였다. 어느 날, 두 사람은 호주행 비행기 안에서 조우한다. 첫눈에 테리에게 반한 마이크는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애를 쓴다. 그런데 엔진 고장으로 비행기가 남태평양의 쿡 아일랜드 산호섬에 비상착륙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곧이어 “현재로서는 섬을 떠나는 비행기가 없는 상태”라는 기장의 안내 방송이 나온다. 불행 중 다행은 섬에서 피지, 프렌치 폴리네시아, 하와이로 향하는 여객선이 운행 중이라는 점. 테리는 하와이로 가겠다고 했지만 하와이행 배편이 도착하려면 4시간이나 걸리는 탓에 마이크가 탄 벨로러시아 호에 승선하게 된다. 두 사람은 결국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모레아 섬에 함께 내린다.

5 타히티 중앙시장의 조가비 장신구. 다양한 색깔의 염료로 물을 들여 놓았다.


아네트 베닝은 명백하게 아름답다. 배에서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실 때 입은 검은색 드레스와 이튿날 아침 흰색 드레스에 싸인 그녀는 고혹적이다. 누군가 우리 나이로 쉰을 갓 넘긴 아네트 베닝을 두고 “당신의 잔주름을 위해 건배!”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그녀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두 사람이 의도적으로 불시착한 모레아도 명백하게 아름답다. 웅장하면서도 세밀하고, 생동감이 넘치면서도 서정적이다. 사실 영화가 프렌치 폴리네시아에 긴 시간을 할애하거나 구석구석을 들추는 것은 아니다. 전반부에 약간, 그리고 후반부 딱 한 장면에 얼굴을 내밀 뿐이다. 그래도 짧은 시간 스크린을 수놓는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풍경은 오랜 잔상으로 남을 만큼 인상적이다. <러브 어페어>가 없어도 프렌치 폴리네시아는 압도적으로 아름답다.

6 타히티 중앙시장 2층에서 바라본 모습. 다채로운 빛깔의 채소와 과일들이 시장의 풍경을 컬러풀하게 만들어준다



문신을 새겨주는 시장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중심 섬 타히티. 타히티는 타히티 누이와 타히티 이티라는 두 개의 화산섬이 표주박 모양으로 붙어 있다. 누이와 이티는 각각 ‘크다’와 ‘작다’라는 뜻을 갖고 있는데, 한눈에도 유럽의 느낌이 물씬한 파페에테가 바로 타히티 누이 섬에 있다. 마르셰라고 불리는 타히티의 중앙시장에는 울긋불긋한 열대 과일과 근해에서 잡은 싱싱한 생선이 푸짐하게 쌓여 있다. 상점 여주인들은 대부분 타히티를 상징하는 꽃인 티아레를 귀에 꽂은 채 수박처럼 시원한 웃음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과일과 생선 가게 이외에 타히티 사람들이 주로 먹는 타로감자를 이용한 음식도 시장에서 많이 판매된다. 한쪽에서는 나이가 지긋한 여인들이 야자수 껍질로 바구니를 엮고 있다. 세상의 모든 시장이 그렇듯 이곳 역시 물건을 파는 사람들과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이 쉴 새 없는 주고받는 입담으로 언제나 왁자그르르하다. 가장 붐비는 때는 일요일 오전. 교회에 가기 전 장보기를 마치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들기 때문이다.

7 중앙시장의 생선 가게. 갓 잡은 생선들이 진열돼 있다. 8 중앙시장 타투 숍의 주인장 몸에도 상당히 공을 들인 듯한 문신이 새겨져 있다.


농수산물이 한가득 진열돼 있는 시장 1층과는 달리 2층에는 주로 수공예품 상점들이 들어서 있다. 형형색색으로 물을 들인 조가비와 진주를 이용한 장신구들이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흑진주는 타히티의 특산물 가운데 하나인데, 색이 예쁜 것보다 표면에 흠집이 없고 원형에 가까운 선을 간직하고 있어야 더 높은 가격이 매겨진다. 타히티의 중앙시장에서는 옷을 수선해주는 상점과 문신을 새겨주는 집이 특히 눈길을 끈다. 거의 모든 남자들이 적어도 하나 이상의 문신을 지니고 있을 정도로 타히티 남자들의 문신 사랑은 유별나다. 타히티는 고대로부터 문신이 일반적이었다고 한다. 자연스레 문신 관련 기술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타히티의 문신은 정교하고 복잡한 문양을 자랑한다. 문신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 눈에는 다소 거북살스러울 수도 있지만 타히티의 문신은 상대방을 겁주려는 의도에서 탄생한 것이 아니다. 음악이나 춤처럼 예술적 욕구의 분출이 바로 문신인 것이다. 시장 건물을 따라 진을 치고 있는 노점상들은 파레오를 판매한다. 보자기 같이 커다란 천으로 해변이나 집에서 적당히 접어 자유롭게 입는 파레오는 고갱의 그림처럼 색감이 강렬하다. 

10 후사경에 비친 타히티 여인. 티아레를 귀에 꽂고 있다.


해가 이울기 시작하면 해안가의 바이에테 광장 부근에서 룰로트들이 영업을 시작한다. 우리네 포장마차 같은 곳으로 즉석에서 다양한 음식을 조리해 준다. 투박하지만 정겨운 현지 음식을 앞에 두고 관광객의 순간과 현지인의 일상이 교차한다. 타히티 이티 섬에 있는 고갱박물관도 챙겨 보아야 한다. 그의 생애와 작품이 알토란같이 전시돼 있다. 첫 번째 전시실은 고갱의 파란중첩한 일생을 일목요연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꾸몄고, 두 번째 전시실에는 고갱이 생을 마감할 때까지 기거하던 히바오아 섬의 마지막 집이자 아틀리에를 재현해 놓았다. 세 번째 전시실은 일본 그림에서 영감을 얻거나 영향을 받은 고갱의 그림들을 비교 전시하고 있다. 복제품이지만 문명사회에 넌더리를 치고 이곳에 들어와 불꽃같은 삶을 영위했던 그의 체취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참고로 고갱의 진품은 타히티에 12점이 있는데, 모두 개인 소장이라고 한다.

11 보라보라 섬의 최신 리조트인 포시즌 보라보라. 100개의 수상 방갈로를 갖추고 있다.


바다를 가르고 산을 누비다
타히티에서 북쪽으로 약 24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보라보라는 프렌치 폴리네시아의 수두룩한 섬들 가운데서도 인지도와 화려함 면에서 맨 앞줄에 위치한다. 섬은 300만 년 전 화산 폭발로 형성됐다.‘보라보라’는 원주민어로 ‘어둠 속에서 솟아났다’는 뜻을 갖고 있으니 절묘한 작명이 아닐 수 없다.
보라보라의 진면목을 간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헬기 투어다. 올려다본 자연과 내려다본 자연의 근본이 다를 리 없겠지만 시선의 변화, 높이의 변화가 가져다주는 흥분은 쉬이 가라앉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라보라 상공에서 한눈에 넣을 수 있는, 세상의 모든 푸른색이 합창하듯 만들어내는 거대한 스펙트럼은 가히 풍경의 절창이라 이를 만하다. 

12 포시즌 보라보라의 스파 시설. 13 보라보라 섬 인근의 바다에서는 가오리에게 먹이를 주며 직접 만져보는 짜릿한 체험이 가능하다.


보라보라에서 누려야 할 거대한 즐거움은 바다 혼자 오로지하는 것이 아니다. 사륜구동 차량과 함께하는 산악 사파리는 보라보라의 또 다른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리조트에서 제공되는 전용 보트는 투숙객들을 20여 분만에 바이타페 마을로 데려다준다. 미리 준비된 오버랜드 차량으로 갈아타면 해발 727미터의 오테마누 산을 중심으로 2시간여에 걸친 보라보라 섬 사파리가 시작된다.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차량은 관능적인 열대의 숲과 웅혼한 폭포를 두루 만나게 해준다. 중간에 현지 가이드가 연주하는 기타 연주를 들으며 열대 과일을 맛볼 수 있는 달콤한 시간도 가질 수 있다.

14 포시즌 보라보라의 라군 풀. 15 해양 스포츠 가이드인 모레토의 예술적인 다이빙 시범


<러브 어페어>의 마이크와 테리가 한나절을 보냈으며, 고갱이 ‘고성과도 같은 섬’이라 칭했던 모레아는 파페에테에서 뱃길로 30분 거리에 위치한다. 섬은 첫눈에도 신비스럽다. 토히에아, 모아로아, 모아푸타 등 기기묘묘한 모양의 산봉우리들이 섬 곳곳에 기함이 있는 풍경을 만들어준다. 모레아는 수상 레포츠의 적지이기도 하다. 특히 ‘수중 궁궐’을 감상할 수 있는 스노클링의 인기가 높다. 상어와 가오리 떼가 몰려와 사람들 주변을 맴도는 특출한 광경도 목격할 수 있다. 모레아 서쪽 끝에 자리한 티키 마을은 민속 공연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공연이 시작되면 독특한 문양을 그려 넣은 모자와 무궁화나무 속껍질을 벗겨 만든 치마, 그리고 코코넛 껍질로 된 가슴 가리개를 착용한 무희들이 격렬함과 부드러움이 조화를 이루는 전통 춤을 선보인다. 영화에서도 매혹적으로 표현됐지만 해거름이야말로 모레아에서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수평선 쪽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하면 붉은 기운이 물과 대지에 가득 찬다. 노을은 바다와 마을에 가득 내려앉고 보는 이의 몸속으로 빨려든다. 태초의 석양 앞에서 모레아의 모든 것들이 붉어진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곁을 지키는 것이 로컬 맥주 히나노뿐이라도 불평할 이유는 전혀 없다.

16 타히티의 토속신앙이 반영된 조각상.




 
 Travel Information

 가는 길 
한 번에 연결되는 직항 편은 아직 없다. 일본 도쿄를 경유해야 한다. 나리타공항에서 에어 타히티누이에 탑승하면 11시간 뒤 타히티 섬의 파페에테공항에 도착한다. 보라보라 섬까지는 국내선으로 50여 분 걸린다. 뉴질랜드의 오클랜드를 통해 들어가는 방법도 있다. 시차는 한국보다 19시간 늦다. 물가는 비싼 편이다. 500밀리리터 생수 한 병이 4000원가량 한다.
 
 리조트 

포시즌 보라보라(www.fourseaseons.com/borabora)는 보라보라 섬에 들어선 20여 개의 리조트 가운데 가장 최근에 지어진 곳으로 최고의 시설과 서비스를 자랑한다. 100개의 수상 방갈로와 7개의 비치 프런트 빌라를 갖추고 있다. 수상 방갈로의 경우 바닥 일부가 투명한 유리 패널로 되어 있어 객실 안에서도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방갈로 외부에는 바다로 직접 내려갈 수 있는 사다리와 스노클링 장비도 마련돼 있다. 폴리네시아 모노이 오일과 따뜻하게 달군 화산석이 온몸을 풀어주는 마사지 코스도 놓칠 수 없는 호사다. 
 
 해양 스포츠 

스노클링과 더불어 가장 인기 있는 것이 가오리 체험이다. 포시즌 보라보라에서 보트를 타고 40분 정도를 달리면 가오리 떼들이 군집해 있는 포인트에 닿는다. 수심이 얕기 때문에 수영에 자신이 없는 사람도 얼마든지 바다에 뛰어들 수 있다. 해양 스포츠 가이드가 가져온 작은 물고기를 꺼내 들자마자 데빌 피시라고 불리는 쥐가오리들이 몰려들어 먹이를 낚아챈다



 
타히티, 아니 프렌치 폴리네시아를 여행하고 돌아온 노중훈은 짧은 일정과 일정 중간에 지독하게 퍼붓던 장대비 때문에 더 좋은 사진을 건지지 못했다며 입맛을 다셨다. 자연의 경이와 위엄은 아무 때나 허락되는 것이 아닌가 보다.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