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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AS Life

여름에 얽힌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실래요? 2편 [살며 사랑하며]

역시나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라 그런지
많은 풀사이 가족분들께서 살며사랑하며 해변특집 1편을 재미있게 보셨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반응이 좋았던 만큼 2편을 추가로 여러분께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이번에 들려드릴 이야기는 '원피스 수영복' 때문에 받았던 웃지못할 오해와
해변가에서 자신을 향한 파이팅을 다짐했던 나홀로 여행에 대한 내용
이랍니다.
(더 이상 말씀드리면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쿨럭)

아참 혹시 이분들 보다 더욱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는 풀사이 가족분들께서는
댓글로 에피소드를 공유해주시는거 아시죠? ㅎㅎ



살며 사랑하며
이탈리아에 나타난 ‘원피스 자매’


2005년 여름! 학생시절의 마지막 방학이라는 생각에 취업은 잠시 미루고, 좀 더 기억에 남는 추억을 만들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그동안 모은 돈으로 동생과 함께 첫 해외여행을 떠났다. 부모님께 기대지 않고 4년 내내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아둔 돈으로 가는 배낭여행이라 다른 여행자들보다 풍족하지는 않았다. 그 지역에서 가장 저렴한 유스호스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며 아침식사 때 과일과 잼을 챙겨두었다가 바게트에 발라 먹으며 점심, 저녁 끼니를 해결하는 식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꿈에 그리던 로마에 도착했다. 물론 로마에서도 버스와 전철비가 아까워 4일 동안 두발로 걸으며 로마의 모든 것을 두발과 두 눈에 담으려 애썼다. 직접 장을 봐 샌드위치를 만들고, 세일기간임에도 명품가방도 사지 않고, 흥청망청 유흥도 즐기지 않고, 알뜰살뜰하게 여행하는 우리 자매를 예쁘게 보신 게스트하우스 주인아저씨는 어느 날 현지인들만 알고 간다는 아름다운 해변을 알려주셨다.

 이탈리아에 와서 해변에서 해수욕을 하지 못한 우리는 한국에서 준비해온 수영복을 챙겨 바로 해변가로 향했다. 이탈리아의 고운 모래사장과 에메랄드빛 바닷물, 그리고 한가로운 현지인의 해변에 감탄을 하며 우리 자매는 준비해온 검정색과 남색의 단정한 원피스 수영복을 꺼내 입었다.
그런데, 해변에 선 우리는 주위를 둘러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탈리아의 해변가에는 아장아장 걷는 아기부터 축 처진 살을 지닌 80세 할머니, 남산만한 배를 자랑하는 아주머니도 모두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게 아닌가!

 원피스 수영복, 그것도 검정색과 남색의 단정한 원피스 수영복을 입은 건 검은 머리의 여자둘 뿐! (우리 자매) 모든 시선이 우리를 향했다.
우리는 민망해하며 바닷물로 뛰어들어 물 속에 숨어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지치도록 놀고 나서 쉬려고 해변가로 나오는데, 이탈리아인 할아버지가 다정하게 웃으며 우리에게 말을 건넸다. “어디에서 왔니? 보니까 수영을 잘하던데, 혹시 국가대표 수영선수니?”
사실 우리 자매는 초등학교 6년 동안 꾸준히 수영을 배워서 남부럽지 않은 수영 솜씨도 갖췄고, 떡 벌어진 어깨까지 갖고 있었다. 게다가 남색과 검정색 원피스 수영복까지 입고서 썬텐도 하지 않고 물속에서 나오질 않으니 수영선수로 보였던 게 분명하다.

 그 뒤, 우리는 로마시내로 돌아와 아끼고 아꼈던 돈으로 비키니 수영복을 구입했고, 다음 목적지인 나폴리의 카프리섬 해변에서는 마음껏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놀았다. 지금도 우리 자매는 바닷가에 갈 때면 로마에서 구입한 비키니 수영복을 꼭 챙기곤 한다. ‘국가대표 수영선수’로 오해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from|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원피스 자매님




살며 사랑하며
스물 다섯 살의 바다


대개 나이 앞자리에 2자만 붙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나이라고 한다. 처음 스무 살이 됐을 때는 나도 그랬다. 하지만, 스물 다섯이 됐을 때는, 조금 달랐다.
스물 다섯!
그 나이가 되자 뭔가 눈에 보이는 성과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뭔지 모를 압박감이 매일 밤 나를 짓눌렀다. 어린 날의 찬란했던 꿈은 허황된 산처럼 느껴졌고 이루어야 할 목표들도 흐릿하게 보였다. 좋은 직장에 취직했다는 친구 소식에 배 아파하기도 했고 “왜 나는 안될까?”라는 자책감에 남몰래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집 앞에 나갔다가 문득 ‘지금 있는 자리에서 가장 멀리 가보겠다’는 일념이 생겼고, 바로 부산행 기차표를 끊었다. 아무런 준비 없이 홀로 떠나는 기차 안! 창 밖 풍경에 넋을 놓고 있자니 괜히 눈물이 핑 돌아 ‘팽!’ 소리가 나도록 코를 풀어가며 서럽게 울었다.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른 채 도착한 부산역에서 어디선가 들었던 대로 씨티투어 버스에 몸을 실었다. 밤중이라 연인들이 대부분이었고 그 속에 홀로 창 밖 어둠과 일렁이는 불빛에 눈을 실었다. 근처 찜질방에서 뒤척이다 밤을 새우고 곧장 해운대로 향했다. 1만 5000원 짜리 갈매기 배에 몸을 싣고 새우과자를 갈매기들을 향해 멍하니 뿌리다가 문득 혼자 어딘가로 떠나본 게 난생 처음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스물 다섯 해를 살면서 홀로 집을 떠나온 게 난생 처음이었다! 그 생각이 날 짜릿하게 했다. 점점 내가 뿌듯해지고 바다가 더 특별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배에서 내려 나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이곳이 자유롭게 느껴졌다. 한 벌뿐인 옷이지만 모래사장에 뒹굴면서 신나게 놀고 날이 어두워질 때쯤 맥주 한 캔을 마시면서 백사장에 큼지막하게 글씨를 썼다.

 “윤지혜 화이팅!”

 파도가 다시 글을 지우면 또 쓰고, 또 다시 쓰고, 그렇게 여러 번 글쓰기를 반복했다. 가슴으로 박하사탕을 먹은 것처럼 시원했다.
스물 일곱 살이 된 지금, 난 여전히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순간순간 방황한다. 하지만, 난 스스로를 늘 응원하고 어떤 일이든 이겨낼 것이다. 그날 해운대의 바다는 스스로 일어나는 법을 선물해주었다. 오늘도 그날의 바다는 말한다. 내 청춘 화이팅이라고…!

from|충남 아산시의의 윤지혜님


|본 컨텐츠는 풀무원 사외보 <자연을담는큰그릇>에서 발췌하였습니다. 


posted by 풀반장